비만 오면 대피 또 대피…애달픈 ‘기후 난민’
[KBS 부산][앵커]
이번 태풍 카눈 북상 때도 안전한 집에 머무르시라, 이런 말을 자주 전해드렸는데요.
그런데 이럴 때마다 오히려 집을 떠나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집이 재난에 취약하기 때문인데요,
날로 강해지고 잦아지는 재난 앞에 이른바 '기후 난민'의 힘겨운 일상은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정민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한 집 건너 한 집이 빈 마을.
누군가 떠난 자리에 흉물스럽게 남은 빈집은 금이 쩍쩍 갈라져 한눈에도 위태위태합니다.
지난 9일, 태풍 북상 소식에 이대원 씨는 서둘러 어린 손자들을 이끌고 대피소가 된 마을경로당을 찾았습니다.
["베개 하고 이불 이거 하고 급한 것만 대충대충하고..."]
뜬눈으로 재난방송을 보며 구청에서 가져다준 컵라면과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합니다.
[이대원/대피 주민 : "바람이 불면은 집 자체가 노후가 돼서 슬레이트가 날아간다든지, 올해는 큰 피해가 없는데 작년은 슬레이트가 날려가서 남의 지붕을 때리고 인사 사고 날 뻔했어."]
지난해 태풍에 이어 올해도 행정복지센터에 이부자리를 편 주민들은 이젠 이런 생활이 일상이라고 말합니다.
[김 모 씨/대피 주민 : "8월 15일 이후 되면 태풍이 오니까 항상 주민들 모이면 올여름은 또 태풍 오니까 또 사는 게 빈곤하고 그렇다고 해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니까 이동도 못 하고..."]
동래구에 있는 이 아파트도 주민들이 숙박업소나 친·인척집으로 몸을 피해야 했습니다.
아파트와 맞닿아있는 이 옹벽이 많은 비에 무너져내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태풍 카눈의 영향권에 놓인 부산에서 집을 떠나 대피한 주민들은 모두 264세대 433명.
문제는 점점 더 쏟아붓는 비와 거세지는 바람입니다.
[김선태/APEC기후센터 선임연구원 : "현재 설계된 수공 구조물들이 미래에서는 견디지 못하고 침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나타나는 것이거든요. 결국은 미래 기후변화 아래 극한 강수를 고려해서 수공 구조물들을 좀 더 정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전문가들은 기후 위기에 대응하지 못하면 '기후 난민'이란 단어가 더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게 될 거라고 경고합니다.
KBS 뉴스 정민규입니다.
촬영기자:윤동욱
정민규 기자 (h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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