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명 파도타기-응원봉 환호… 잼버리 ‘K팝 피날레’
11일 잼버리 폐영식과 K팝 슈퍼 라이브 콘서트가 열린 서울 마포구 상암동.
캐나다에서 온 도로시 모리슨 양(16)은 “폭염부터 태풍까지, 출발 전엔 이렇게 많은 일들이 있을 줄 생각도 못 했다”면서도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기억에 남는 잼버리가 될 것 같다”며 웃었다. 또 “마지막 날 콘서트까지 잘 마무리하고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 한국 정부와 시민들에게 감사한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1일 시작된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행사가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막을 내렸다. 태풍 ‘카눈’ 때문에 전북 부안군 새만금 야영장을 떠나 전국 8개 시도로 흩어졌던 스카우트 대원 약 4만 명은 이날 오전부터 버스 약 1400대를 타고 경기장으로 모였다. 콘서트가 시작되자 파도타기를 하고 함성을 지르며 잼버리의 마지막 밤을 뜨겁게 달궜다. 뉴진스 등이 무대에 오를 땐 너나없이 스마트폰 카메라를 치켜들며 열렬히 환호했다.
벨기에에서 온 릴리 자넨 양(14)은 “초반엔 힘들기도 했지만 일정을 완주하니 정말 뿌듯하다”며 “K팝 ‘왕팬’인데, 아티스트들을 직접 보고 노래를 들으니 정말 행복하다”고 했다.
폐영식에선 한국 스카우트 대원이 차기 잼버리 개최국인 폴란드 대원에게 스카우트 연맹기를 건네주는 전달식이 진행됐다. 캐나다 대원 온킷 사하 군(15)은 상기된 표정으로 “완벽한 피날레”라며 “12일 캐나다로 돌아가는데 더 있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11일 폐영식 및 K팝 콘서트를 앞두고 서울월드컵경기장과 각국 스카우트 대원들의 숙소에선 들뜬 분위기와 아쉬움이 교차했다.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기숙사에 머물던 스위스 단원들은 이날 오전 강당에 모여 함께 K팝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공연 관람을 준비했다. 한 단원은 “콘서트를 신나게 즐기기 위해 아침부터 노래를 듣고 춤추며 준비했다”고 말했다.
오후 2시경부터 경기장 입장이 시작됐는데 각국 대원들은 이슬비를 맞으면서도 정해진 구호와 노래를 부르며 밝은 표정으로 경기장으로 향했다. 경기장 앞에선 스카우트 대원들을 도왔던 한국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이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넸다. 스카우트 대원들은 이들과 반갑게 하이파이브를 하거나 한국어로 인사하며 행사장에 들어섰다. 일부 대원은 총을 들고 입구를 지키는 경찰특공대원들과 사진을 찍거나 준비한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기도 했다.
● 유명 그룹 등장하자 응원봉 흔들며 열광
공연 중에도 간간이 빗방울이 떨어졌지만 대원들의 열기를 식히지는 못했다. 대원들은 노래를 따라 부르거나 박자에 맞춰 양손을 머리 위로 흔들고, 앉은 자리에서 춤을 추기도 했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챌린지로 유행한 아이브의 ‘I AM’ 하이라이트 소절이 나올 땐 안무를 따라 추는 대원들도 눈에 띄었다. 이탈리아에서 온 알투로 군(15)은 “콘서트장에서 다 함께 노래하고 춤추니 마지막까지 재밌다. 처음에는 힘들기도 했지만 좋은 기억 가득하게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며 감격했다. 미국에서 온 케빈 하트 씨(22)도 “주최 측에 감사하다”고 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공연 전 스카우트 대원들에게 방탄소년단(BTS) 멤버들의 포토카드와 K팝 콘서트 응원봉,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상품 등이 담긴 ‘콘서트 리멤버 키트’ 기념품을 지급했다. 미국에서 온 데포 오에린 씨(21)는 “BTS 굿즈를 받았다고 하니 미국 친구들이 메신저로 벌써부터 달라고 난리”라며 웃었다.
마지막 무대가 다가오자 대원들 사이에선 아쉬움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대원들은 “꼭 다시 만나자”며 다른 나라 대원들과 포옹을 나누고 서로의 SNS 계정을 교환하기도 했다. 콘서트에 등장한 아티스트 19개 팀이 함께 무대로 나와 마지막 곡 ‘풍선’을 부르자 스마트폰 플래시 불빛과 응원봉을 흔들며 경기장을 더욱 환하게 물들였다.
● “힘들었지만 즐거운 추억”
네덜란드에서 온 마틴 새트 씨(20)는 “홍콩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유럽에서 먼 국가에서 온 이들과 좋은 인연을 맺을 수 있었다”며 “특히 한국 시민들의 친절함에 감동했다. 한국에 더 남기 위해 항공편도 바꾸고 다음 주에는 부산과 제주도를 찾을 생각”이라고 했다.
영국 스카우트 단원 제임스 에더리지 씨(37) 역시 “스카우트 목도리를 두르고 다닐 때마다 한국인들이 환한 표정으로 맞아줬다.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라고 돌이켰다. 모리셔스에서 온 사하바나즈 아모드 씨(24)와 잔시 파르마 씨(20)는 “화합이라는 스카우트 정신에 부합하는 잼버리였다”며 “매일매일 예측할 수 없는 일이 펼쳐졌지만 그래서 즐거웠다”고 말했다. 아흐마드 알헨다위 세계스카우트연맹 사무총장은 폐영식에서 “여러분은 시련에 맞서고 이것을 오히려 특별한 경험으로 바꿨다”며 “‘여행하는 잼버리’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날로 공식 일정이 마무리되면서 각국 스카우트 대원들은 12일부터 귀국길에 오르게 된다. 스웨덴과 대만 스카우트 대원 957명이 부산을 찾는 등 일부 국가의 경우 자체적으로 추가 관광 일정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개별적으로 한국에 남아 다른 프로그램이나 관광을 하는 경우 비용은 해당 국가가 부담하도록 할 방침이다. 행정안전부는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12일 이후에도 잼버리 참가자들이 원하는 경우 숙소 등 필요한 지원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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