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급자족하는 태풍, 온난화로 불확실성 커진다
[앵커]
앞서 보신 것처럼 태풍 카눈은 긴 시간 느릿느릿 한반도를 통과하면서도 강한 세력을 유지했습니다.
이런 에너지는 어디서 오는지, 또 앞으로 이렇게 이례적인 태풍을 자주 접하게 될지 김세현 기상전문기자가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태풍 '카눈'은 발생 후부터 우리나라 상륙 전까지 이상한 경로를 보였습니다.
주변에 카눈을 이끌어주는 힘센 기압들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갈 길을 몰랐던 카눈은 이동 속도도 느렸고 바다에 오래 머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다에 머무는 동안 카눈은 바닷물을 데우기 시작했고 따뜻해진 바닷물이 다시 카눈의 에너지가 됐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문일주/제주대 태풍연구센터장 : "태풍의 상승 기류가 우리나라 부근에 하강하면서 폭염을 더 강화 시켰고요. 이 폭염 때문에 해수면 온도가 상승해서 여기를 지나는 태풍을 다시 강화 시킨 거로 분석됩니다. 2020년 바비 케이스도 비슷한 기작으로 태풍이 강화되었습니다."]
실제 폭염이 이어지면서 남쪽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2도 가까이 뜨거워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사람으로 치면 자급자족한 셈인데 이렇게 세력을 유지한데다 상륙 이후에도 태풍의 구조를 무너뜨리고 빠르게 이동시키는 제트 기류라는 천적도 없어 카눈은 제법 강한 세력으로 한반도를 관통했습니다.
그럼 앞으로는 어떨까요?
당장 일본 남쪽에 있는 7호 태풍 '란'은 일본 나고야 인근에 상륙 후 동쪽으로 갈 것으로 보여 우리나라에 직접 영향은 낮을 거로 기상청은 분석했습니다.
여기에, 태풍 독수리와 카눈이 휘저어 놓은 동중국해의 해수면 온도는 평년보다 많게는 3도 가까이 낮아졌습니다.
해수면 온도가 회복되려면 2주 이상은 걸릴 전망입니다.
당분간 이 지역을 지나는 태풍들은 강해지긴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태풍에 좀 더 주의해야할 점은 바로 엘니뇨 입니다.
[문일주/제주대 태풍연구센터장 : "엘니뇨 시기에는 태풍 발생 위치가 동남쪽으로 치우치면서 태풍이 더 오래 살고 더 강하게 발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멀리서 발생해 우리나라까지 직접 향할 가능성은 낮을 수 있지만, 이번처럼 북태평양 고기압이 확장한다면 오래 따뜻한 바다를 건너며 강하게 발달해 한반도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최근 지구 온난화로 북태평양 고기압이 더욱 확장한다는 연구들도 있는데요.
기후 변화로 뜨거워지는 바다와 북상하는 제트기류 등이 더해져 한반도를 향한 태풍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건 확실해 보입니다.
KBS 뉴스 김세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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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현 기자 (weath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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