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란 ‘최대 걸림돌’ 제거…무너진 신뢰 회복이 숙제

박광연 기자 2023. 8. 11. 21:1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국 내 이란 동결자금 해제…양국 관계 앞날은
2018년 트럼프 정부가 ‘핵합의’ 파기 후 제재, 석유 수출대금 묶여
이란, 한국 선박 나포·윤 대통령 ‘적 발언’ 등 갈등 때 불만 드러내
원유 수입 재개 교역 확대 기대…“관계 정상화 단언 일러” 평가도

한국과 이란의 관계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석유대금 동결 문제가 해결 수순에 접어들면서 양국 관계가 개선될지 주목된다. 그간 이란이 한국에 대해 쌓인 불만이 크고 외교적 마찰도 있었던 만큼 당장 관계 정상화를 단언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란이 11일 자국에 구금된 미국인 수감자 5명을 석방하는 대가로 한국 내 동결자금을 해제하는 합의를 미국과 타결했다는 미·이란 언론 보도에 대해 정부는 신중한 입장을 내놨다.

외교부는 이날 “현재 구체적으로 확인해드릴 사항은 없다”면서 “우리 정부는 동결자금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 이란 등 유관국과 긴밀히 협의해왔으며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국 내 은행에 이란 자금이 동결된 문제는 2018년 발생했다. 그해 미국 트럼프 정부가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탈퇴하며 복원한 대이란 제재의 대상에 이란중앙은행이 포함된 것이 발단이 됐다. 이에 따라 이란중앙은행이 한국 IBK기업은행과 우리은행에 보유한 원화 계좌가 이듬해 5월 동결됐다. 이란은 2010년부터 한국에 석유를 수출한 대금을 해당 원화 계좌로 받아왔다. 동결됐다가 이번에 해제된 자금 규모는 8조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결 자금 문제는 경제교역을 중심으로 원만했던 양국 관계를 악화시키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란은 한국 정부에 자금 동결 해제를 위해 힘쓸 것을 강하게 요구해왔다.

이란이 2021년 1월 호르무즈 해협 인근을 항행하던 한국 선박 한국케미호를 나포해 한국인 선장 등 선원 20명을 억류했다가 석 달여 만에 풀어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란 정부는 나포 이유로 환경오염 문제를 거론했으나 동결 자금 문제 해결을 압박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적은 이란” 발언으로 양국이 대사를 초치하는 등 외교적 마찰이 불거졌을 당시에도 이란은 동결 자금 문제에 불만을 드러냈다. 당시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동결 자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에 만족하지 못한다”며 “한국 내 이란 자금은 양국의 다른 현안과 관계없이 반환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관련국들과 협의를 진행하는 등 외교적 차원에서 노력을 기울여왔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해 9월 유엔 총회 참석을 계기로 이란 외교부 장관과 회담하며 “동결 자금이 이란 국민의 소유라는 명확한 인식하에 그간 미국 등 주요국과 동결 자금 문제 해결을 위해 수시로 협의해왔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이란의 합의로 동결 자금 문제가 해결 국면에 접어들면서 한·이란 관계의 최대 악재가 해소되게 됐다. 관계 개선의 실마리가 마련된 만큼 이란산 원유 수입 재개 등 교역 확대와 외교적 협력 강화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이란은 북한과 군사적 측면에서 우호적 협력 관계를 유지해온 나라이기도 하다.

다만 양국 관계 정상화를 거론하기에는 섣부르며 양국 간 신뢰를 회복해나가는 것이 우선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동결 자금 문제가 풀리며 양국 관계가 확실히 좋아지긴 하겠지만 이를 너무 과대평가할 상황은 아니다”라면서 “이란은 그간 한국 정부가 동결 자금 문제에서 미국을 설득하지 못했다는 불만이 가장 크다. 이란 측을 만나 다시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