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에도 추모화환 지킨 중학생···"심장마비로 돌아가신 줄 알았어요"

차민주 인턴기자 2023. 8. 11.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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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의정부의 한 초등학교에서 두 명의 교사가 극단 선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가운데 이 사실을 2년 만에 알게 된 제자가 태풍 속 이들의 화환을 지켰다.

지난 8일 MBC는 6개월 간격으로 두 명의 초임교사가 잇따라 극단 선택을 한 사실을 전했다.

유가족들이 진상규명을 위해 두 교사의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고,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게 해달라는 취지로 제보하면서 2년여 만에 뒤늦게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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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경기도 의정부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고인이 된 교사를 추모하는 화환이 줄지어 놓여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2년 전 이 초등학교 교사 2명이 잇따라 숨진 사고와 관련해 진상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경제]

경기도 의정부의 한 초등학교에서 두 명의 교사가 극단 선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가운데 이 사실을 2년 만에 알게 된 제자가 태풍 속 이들의 화환을 지켰다.

지난 8일 MBC는 6개월 간격으로 두 명의 초임교사가 잇따라 극단 선택을 한 사실을 전했다. 교사 故 김은지(당시 23세)씨는 2021년 6월에, 교사 故 이영승(당시 25세)씨는 같은 해 12월에 극단 선택을 했다. 두 사람 모두 4~5년차 초임 교사였다.

이에 교권추락과 학부모 악성 민원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유족이 진상규명을 요청했다. 경기 의정부 한 초등학교 주변에는 화환이 줄지어 세워졌다.

11일 뉴스1에 따르면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전날 오후 화환의 상태는 좋지 않았다. 학교 측에서 끈으로 화환을 묶어두기는 했으나 거센 비바람에 일부 화환은 뒤로 넘어가거나 옆으로 쓰러졌고 상당수 꽃들은 바닥에 떨어졌다.

중학생 A양은 궂은 날씨임에도 혼자서 화환의 흐트러진 꽃과 근조문구가 적힌 리본을 정돈했다. A양은 수백개의 화환을 일일이 손으로 정리하며 ‘추모 문구'가 잘 보이게 펼쳤다.

해당 초등학교를 졸업했다는 A양은 “얼마 전 뉴스를 보고 너무 안타까운 마음에 3일째 방문해 추모하고 있다”며 “재작년 6월 김은지 선생님이 돌아가셨을 때 학교에서는 ‘김 선생님이 아프시다’고만 학생들에게 설명했고 이후 다른 교사로 대체된 뒤 선생님 소식을 더는 접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어 “같은 해 12월 이영승 선생님이 돌아가셨을 때는 학교에서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고 학생들에게 설명했다”며 “평소에 우리들에게 화도 한번 안 내셨고 친절하고 착한 선생님들이었는데 너무 당황스럽고 슬프다”고 토로했다.

한편 MBC 보도에 따르면 학교가 교육청에 보고한 두 교사의 사망 원인은 모두 ‘단순 추락사’였다. 유가족들이 진상규명을 위해 두 교사의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고,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게 해달라는 취지로 제보하면서 2년여 만에 뒤늦게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보도 이후 경기지역 교원단체는 두 교사의 사망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고, 경기도교육청은 학교 감사에 착수했다.

차민주 인턴기자 mj01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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