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 집결한 대원들 “한국인들이 다들 환대” “환경 나빴지만 괜찮은 여행”
경찰 600명·의료진 40명 등 배치
긴급 차출 공무원들이 입장 도와
경기장 밖엔 축구팬 ‘1인 시위’도
수도권에 부슬비가 내린 11일 태풍 ‘카눈’을 피해 각지로 흩어졌던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참가 대원들이 폐영식 및 K팝 콘서트가 열리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 모였다.
갑작스럽게 준비된 터라 4만여명의 대규모 인원이 집결하는 행사 안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대원들은 긴급 차출된 경찰·행정 공무원들의 인솔에 따라 경기장으로 질서정연하게 들어섰다.
오후 2시가 지나자 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탑승한 버스가 하나둘씩 속속 도착했다. 숙소와 국가 등이 표시된 깃발을 든 인솔자를 따라 움직이는 대원들의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기대감도 엿보였다. 입장이 정체될 때면, 응원가를 부르거나 옆줄의 대원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사기를 북돋웠다.
케냐 대원들은 스카우트 정신을 뜻하는 “스팀”과 “판다! 판다!” 구호를 신나게 외쳤다. 이삭 마키냐는 “한국에서 너무 좋은 경험을 했다. 엄청 덥긴 했지만 한국 사람들이 다들 환대해줬다”며 “나는 K팝을 잘 모르지만, 노래를 좋아하니까 좋은 마무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콩 스카우트 대원 수든 챈(19)은 “사실 (새만금에서) 환경은 좋지 않았다. 계속 뙤약볕에 서 있어서 많이 탔다”며 “그래도 나쁘지 않은 여행이었다. 군산에서 만난 사람들도 친절했고, 다른 나라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게 좋았다”고 했다.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다 모인 4만여명은 순조롭게 경기장에 입장했다. 그 뒤에는 대규모로 긴급 차출된 경찰과 각 기관에서 나온 공무원들의 노고가 있었다. 이날 경기장 내에는 경찰 600명이 인파 관리·질서 유지를 담당하고, 소방 200명·의료진 40명 등이 배치됐다.
외국인 안내를 위해 영어에 능통한 외사과 경찰들도 현장 배치됐다. 주로 대열을 놓친 대원들이 길을 묻기 위해 안내소를 찾았다. 서울 마포경찰서 외사계 윤희민 외사관은 “오전 11시부터 시설안전구조를 미리 확인하고, 구역마다 배치돼 원활한 진행을 돕고 있다”고 했다.
미국에서 온 아르만도 빌라로엘(49) 부부는 아들 마커스(16)가 탄 버스를 찾기 위해 안내소를 방문했다. 빌라로엘은 “부안에서 아들과 하룻밤을 함께하려고 한국행을 미리 계획했었다”며 “기왕 한국에 온 김에 아들이 입장하기 전 5분이라도 얼굴을 보고, 아내와 여행을 마저 즐길 예정”이라고 했다.
인솔 업무를 맡은 공무원들은 이날 상암 경기장 사전 답사 없이 인솔업무 교육을 받고 실전에 투입됐다. 경기도 소속 공무원 A씨(28)는 “익숙지 않은 일이라 정신이 없다. 행사 끝나고 숙소로 대원들을 다시 인솔하고 나면 자정쯤 되는데, 각자 알아서 귀가해야 한다고 해서 걱정”이라며 “잼버리 차출로 기존 업무도 밀려서 주말에 나가서 일해야 할 듯하다”고 했다.
서울경찰청은 행사 인파 관리를 위해 경찰기동대 43개 부대 2500여명을 투입하고, 행사가 야간에 끝난다는 점을 고려해 방송조명차 11대를 배치했다.
경찰은 이태원과 강남, 홍대입구 등 번화가에도 각각 기동대 1개 부대(60명)를 추가 배치했다.
경기장 내부는 비교적 질서정연했지만 오후 2시부터 통제된 월드컵로 구룡사거리~경기장사거리 구간은 한때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월드컵로로 진입하려는 운전자들과 이를 저지하는 경찰들 사이 실랑이가 곳곳에서 벌어졌다.
이날 경기장 입구에는 프로축구 팬들이 “잼버리 졸속행정 왜 피해를 K리그가?”라는 문구가 쓰인 손팻말을 들고 서 있다 경찰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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