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수감자 교환 합의…한국에 동결 ‘8조원’도 해제
이란 핵합의 복원 협상 기대 높여
한·이란 양국 관계 ‘청신호’ 분석
미국과 이란이 해외에 동결된 이란 자금 해제를 전제로 수감자를 맞교환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한국 은행 계좌에 4년여간 동결돼 있던 이란의 석유수출대금 약 60억달러(약 8조원)도 이란으로 가게 됐다. 연말 재개될 것으로 보이는 이란 핵합의 복원 협상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것은 물론 한국과 이란 관계의 최대 걸림돌이 돼온 동결 자금 문제가 해결되면서 양국 관계에도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이날 성명을 내 “이란에 구금된 미국인 5명이 석방돼 가택연금으로 전환됐다고 이란 정부가 밝혔다”고 전했다. 미국인 5명은 이란에서 스파이 혐의 등으로 체포돼 처우가 가혹한 것으로 알려진 테헤란 에빈교도소에 수감돼 있었다.
이란 국영 통신인 IRNA는 “미국 내 수감자 5명과 이란 내 수감자 5명이 맞교환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은 또 이번 합의 내용에 대이란 제재의 결과로 한국, 이라크, 유럽 등에 묶여 있던 이란 자금의 동결 해제가 포함돼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한국의 우리은행 및 IBK기업은행에는 약 70억달러(약 9조2000억원) 상당의 이란 석유결제대금이 4년3개월 동안 동결돼 있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 정부가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탈퇴하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하면서 한국 내 이란의 석유수출대금 계좌의 거래가 2019년 5월2일부터 중단된 데 따른 것이다.
11일 IRNA는 협상 타결로 한국에 동결된 자금 중 약 60억달러에 대한 접근권을 되찾게 됐으며, 한국에 있던 자금이 스위스 은행으로 이체돼 카타르 중앙은행의 이란 계좌로 송금될 준비가 됐다고 전했다. 미국인들은 동결됐던 자금이 입금되고 나면 카타르로 출국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수감자 교환을 통해 이란 핵 억제를 비롯해 양국의 외교 협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특히 이번 협상은 지난달 5일 이란의 미국 유조선 나포 시도 후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 병력을 대거 배치하는 등 양국 간 갈등의 불씨가 상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타결된 것이라 의미가 크다고 NYT는 전했다. ‘이란 핵 프로그램 제한’ ‘친이란 민병대의 미군 공격 중단’ 등의 사안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의 헨리 롬 선임연구원은 “미국은 올해 말까지 이란을 핵협상에 복귀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수감자 교환은 그 핵심 단계”라고 했다.
다만 내년 미국 대선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공화당뿐 아니라 민주당 내에서도 이란의 권위주의 정부에 경제적·정치적 도움을 제공하는 일에 회의적 시각이 있다. 한편으로는 이란이 ‘외부의 적’으로서 여전히 미국의 존재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수감자 교환이 큰 의미를 갖는 신호는 아니라는 경계의 목소리도 여전하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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