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K팝 잼버리’로 막 내려…‘파행 책임 규명’ 여진 불가피
11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폐영식·K팝 콘서트를 마지막으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공식 행사가 마무리됐다. 지난 1일 시작된 잼버리는 대회 초기부터 준비 부족으로 파행을 겪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태풍 ‘카눈’이 한반도에 상륙하며 대원 3만6000여명이 새만금을 떠나 8개 시·도로 비상대피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잼버리는 끝났지만 잼버리 파행의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한 ‘여진’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140여개국 4만명가량이 참석한 폐영식은 이날 오후 5시30분부터 30분간 잼버리 활동 하이라이트 영상 상영, 스카우트 선서, 차기 개최국 폴란드에 연맹기 전달, 환송사, 폐영선언, 폐영사 순으로 진행됐다. 폐영식에는 한덕수 국무총리, 김현숙 여성가족부·이상민 행정안전부·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공동조직위원장, 집행위원장인 김관영 전북도지사 등이 참석했다.
정부가 ‘반전 카드’로 여기고 역량을 집중한 K팝 콘서트는 오후 7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콘서트 관람을 마친 대원들은 기존 숙소 또는 출국 준비에 용이한 숙소로 이동했다. 이후 국가별 계획에 따라 출국을 시작하고, 일부 국가는 한국에 더 머물며 지역문화 체험 등 일정을 이어간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한 총리에게 “폐영식 후에도 모든 국가의 스카우트 대원이 마지막으로 출국할 때까지 숙식과 교통·문화 체험·관광 등을 최대한 지원하라”고 말했다.
이번 잼버리는 ‘유쾌한 잔치’라는 어원과 달리 ‘생존 게임’이 됐다는 평가를 초기부터 받았다. 2017년 8월 새만금이 개최지로 선정된 뒤 6년이라는 준비 기간이 있었고, 예산 1171억원이 들어갔다. 하지만 새만금은 간척지라는 특성 때문에 그늘이 없고 습도가 높으며 배수가 잘되지 않아 야영에 적합하지 않은 곳이다. 여기에 폭염까지 덮쳐 온열환자가 속출했고, 위생·보건 미흡 문제도 불거졌다.
애초 새만금을 대회장으로 정한 것이 모든 문제의 시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선정된 만큼 다른 곳으로 바꿀 수 없었다 해도 기존 매립지 대신 해창갯벌을 추가로 매립해 부지로 활용한 것도 문제였다. 염분이 빠지지 않아 나무를 심기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망신’ 트라우마에
국가동원도 빈축
숙제 남긴 잼버리
잼버리가 ‘국제 망신이 됐다’는 비판이 커지자 정부는 부랴부랴 예비비 69억원을 긴급 지출하기로 했다. 휴가 중이던 윤 대통령은 “냉장·냉동 탑차를 무제한 공급하라”고 지시했지만 영국을 필두로 미국, 싱가포르가 조기 퇴영을 결정했다.
세계스카우트연맹·시민사회단체·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등이 모든 대원들의 조기 퇴영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지난 4일 대회를 강행하기로 했다. 뒤늦은 행정역량 투입으로 일부 개선이 이뤄지던 잼버리는 태풍 ‘카눈’이라는 새 변수를 만났다. 정부는 비상대책반을 구성해 대원 3만6000명가량을 8개 시·도로 분산 배치했다. 당시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조기 철수 사태에 대해 “오히려 위기 대응을 통해 한국의 역량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시점”이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비상대피 과정에서도 혼선이 빚어졌다. 잼버리 조직위원회는 입국조차 하지 않은 예멘과 시리아 대원들의 숙소를 배정했다. 8개 시·도에 숙소를 마련하고 K팝 콘서트를 준비하는 과정에선 ‘국가총동원령’을 연상케 할 정도로 민관 자원을 사실상 징발해 국가주의적 행태라는 비판도 나왔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그렇게 강조하는 책임 소재는 잼버리가 막을 내리는 대로 철저히 따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은 지방정부인 전라북도, 여가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야당은 정부의 책임을 묻고 있어 책임 소재를 둘러싼 정치권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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