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세포 분비 물질, 간 전이 촉진” 메커니즘 규명
서울대병원 문형곤 교수 연구팀
국제학술지 ‘분자암연구’에 발표
유방암이 간으로 전이되는 과정의 새로운 메커니즘을 규명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전이 과정 중 유방암세포가 분비하는 물질이 간에서 미리 암세포가 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은 문형곤 유방센터 교수 연구팀이 이 같은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분자암연구’에 게재했다고 9일 밝혔다. 연구진은 한국인 유방암 환자의 암조직을 직접 면역이 억제된 쥐에 이식해 종양을 키우는 동물실험을 했다. 그 결과 유방암세포가 간에 도달하기 전부터 해당 장기에서 암세포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는 ‘전이 전 니치’ 형성 과정이 나타남을 규명했다.
2020년 국제암보고서에 따르면 유방암은 전 세계적으로 여성암 중 발생률과 사망률 모두 가장 높은 암이었다. 유방암 환자 사망률이 높은 것은 대부분 암이 폐, 간, 뼈 등 다른 부위로 전이된 데 기인한다. 간은 유방암 환자에서 두 번째로 흔한 원격 전이 부위다.
연구진은 유전자 발현 여부를 분석한 결과, 간 전이 유방암 환자의 조직에서 폐 전이 조직보다 ‘CX3CR1’ 유전자가 증가하는 양상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암이 다른 장기보다 특히 간에 더 많이 전이된 경우에는 해당 유전자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이 드러난 것이다. 또 암세포가 전이되기 전부터 해당 유전자 발현이 증가했는데, 이는 간의 혈관 내피세포에서 분비하는 ‘CX3CL1’이란 물질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이어 간 내부에서 암세포를 받아들이기 위한 준비를 하는 과정 중 CX3CL1과 CX3CR1 간 신호전달이 결과적으로 유방암세포가 간까지 이동해 침투하도록 돕는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유방암세포에서 분비된 물질이 간에 있는 세포와 상호작용을 거쳐 암세포 성장을 돕는 특정 유전자 발현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이 규명됐다. 여기에 더해 연구진은 유방암 환자 155명의 혈장 내 CX3CL1 농도가 간 전이에 의한 사망률과 상당한 연관성이 있다는 점도 밝혀냈다. 문형곤 교수는 “유방암 전이를 억제하는 효과적인 치료법을 향후 개발할 수 있는 근거가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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