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균의 길, 따라가볼게요”

배재흥 기자 2023. 8. 11.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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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타 거포’ 계보 잇는 노시환, 15년 만에 한화 출신 홈런왕 도전
9일 한 경기 홈런 3개 등 폭발력
2위 SSG 최정과 5개 차로 벌려
타격 전반 ‘포스트 김태균’ 입증
내달 AG 출전, 2주 공백 ‘변수’
한화 노시환이 지난 10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치러질 경기가 비 때문에 취소된 뒤 인터뷰를 하고 있다. 수원 | 배재흥 기자

노시환(23·한화)이 한동안 빈칸으로 남았던 프로야구 한화의 ‘우타 거포’ 계보를 자신의 이름으로 채우기 시작했다.

노시환은 지난 9일 수원 KT전에서 데뷔 이후 처음으로 한 경기 3홈런을 터트리는 괴력을 발휘했다. 시즌 홈런 개수를 단숨에 26개로 늘리면서 2위 SSG 최정(21개)과의 격차를 5개까지 벌리고 리그 홈런 1위를 질주하고 있다.

노시환은 올 시즌 장타를 염두에 두고 타격 폼에 변화를 줬다. 더 공격적인 스윙을 하기 위해 ‘히팅 포인트’를 원래보다 앞으로 당겼는데, 개막 첫 달인 4월에는 2홈런에 그치며 시즌 초만 해도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노시환은 이때 “흔들리지 말고 계속 밀고 나가보자”고 자신을 다독였다. 버텼더니, 바뀐 스윙이 점점 몸에 맞아가고 상대 투수들의 공이 눈에 익기 시작하면서 노시환의 ‘홈런 공장’도 본격 가동됐다.

5월부터 7월까지 매달 6개 이상 홈런을 치더니 8월 들어 8경기에서 벌써 5홈런을 추가했다. 지금 페이스를 유지하면 40홈런까지도 바라볼 수 있는 기세다.

노시환은 지금 한화 선수로는 15년 만에 ‘홈런왕’에 도전하고 있다. 앞서 한화에서는 빙그레 시절 장종훈이 3년(1990~1992년) 연속 홈런왕에 올랐고, 그로부터 16년이 지난 2008년 김태균이 홈런왕에 등극했다.

장종훈과 김태균은 한화의 역사적인 우타 거포이자 ‘영구결번’ 전설들이다. 노시환이 홈런왕에 오르면 한화의 ‘우타 거포’ 명맥도 이어갈 수 있다. 이미 홈런왕 경쟁을 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20대 거포 갈증이 깊었던 KBO리그에는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다.

하루에 홈런 3개를 뿜어내고 리그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노시환은 아직 홈런왕 욕심을 자제하고 있다.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야구 대표팀에 선발된 노시환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하기 위해 9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2주가량 리그 경기를 뛰지 못한다.

노시환은 “홈런왕이 되고 싶다는 바람은 있지만, 아시안게임에 가야 해서 쉽진 않을 것 같다”며 “최정 선배님도 한 번에 몰아치는 능력이 좋다. 그냥 선배님이랑 서로 홈런을 많이 쳐서 좋은 경쟁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2019년 KBO리그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3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노시환은 당시부터 이미 ‘포스트 김태균’으로 불리며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5년차인 이번 시즌, 홈런뿐 아니라 OPS(출루율+장타율) 공동 1위(0.962), 타점 1위(71개) 등 최상위 공격력을 과시하며 드디어 기대에 부응 중인 노시환은 선배 김태균이 걸어간 길을 차근차근 따라가 보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노시환은 “아직 김태균 선배님 경력에 한참 못 미치지만, 매년 성장하고 따라가다 보면 선배님의 좋은 기록에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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