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수사단장 "국방부 법무관리관, 직접 과실있는 사람으로 한정하라 했다"

2023. 8. 1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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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대령 "국가안보실에서 수사 자료 요구, 거절했는데도 계속 요구해 언론자료 전달"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을 수사했다가 상부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집단 항명 수괴'로 몰린 박정훈 해병대 대령이 국방부로부터 혐의자와 죄명을 제외시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이를 외압으로 느꼈다고 밝혔다.

11일 국방부 검찰단의 조사를 거부하는 입장문을 발표한 뒤 기자들과 만난 박 대령은 지난 1일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5차례 통화를 했다며 "법무관리관이 '직접적인 과실이 있는 사람으로 (혐의를) 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직접적인 과실이 있는 사람이라고 하면 (채수근 상병 등 대원들에게) 직접 물에 들어가라고 (지시)한 대대장 이하를 말하는 것이냐"라고 법무관리관에게 물었는데 "그렇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박 대령은 "그건 협의의 과실로 보는 것이다. 나는 사단장과 여단장도 과실이 있다고 보고 광의로 과실 범위를 판단했다"며 "어차피 수사권은 경찰에 있으니 경찰에서 수사해 최종 판단하면 될 것 아니냐"고 반응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법무관리관에게 지금 하는 말은 외압으로 느끼며 제3자가 이러한 이야기를 들으면 어떻게 생각하겠나, 이런 이야기는 굉장히 위험하다. 조심해서 발언해주면 좋겠다고 답했다"고 덧붙였다.

박 대령은 해병대 1사단장을 혐의자에서 배제하라는 지시를 받은 적은 없다고 밝혔으나 법무관리관과 통화에서 "묵시적으로 빼라고 느꼈다. 사단장 빼라는 것이냐고 되물으니 (법무관리관은) 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수사보고서를 언론에 밝히기 전인 7월 30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이 수사 자료를 보내달라고 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박 대령은 "안보실에 나가있는 해병 대령으로부터 전화를 받아 안보실장님이 보고싶어 한다고 말을 전하길래 수사중인 사안이고 수사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보내줄 수 없다고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에 (해병대) 사령관 주관으로 자체 회의 간에도 해병대사 정책실장으로부터 안보실에서 수사 결과를 보기 원한다는 이야기가 있어 거절했더니 수사 서류를 보내줄 수 없다면 언론 브리핑 자료라도 보내주면 안되겠냐고 해 거절할 수 없어 다음날(31일) 그렇게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7월 31일 해병대는 이날 오후 2시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 조사 결과를 국방부 출입기자들에게 설명할 예정이었으나 1시간 앞둔 오후 1시 돌연 이를 취소했다. 이후 경찰에 이첩하려던 자료도 이날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중단시켰다.

이 장관이 전날인 30일 조사보고서를 보고 받고 별다른 지시를 하지 않다가 언론 발표 직전에 갑자기 이같은 행동을 보인 것을 두고 국방부는 특정인의 혐의를 적시해서 보고서를 경찰에 넘길 경우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후 2일 해병대 수사단은 조사를 통해 책임이 있는 인사들에 대해 모두 혐의를 적시해야 한다며 경북 경찰청에 조사 자료를 제출했다. 이에 국방부 검찰단은 이를 바로 회수했다.

이어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은 이날 박 대령을 직무 정지 및 보직 해임 조치했고 국방부 검찰단은 그가 군형법 제45조에 따라 집단을 이뤄 상관의 정당한 명령에 복종하지 않은 '집단 항명의 수괴'라며 입건 및 수사에 착수했다. 또 채 상병 사건 수사도 9일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관해 재검토에 착수했다.

▲ 고(故) 채수근 상병 수사와 관련해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1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 앞에서 입장문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수사보고서의 회수와 관련 해병대는 11일 김계환 사령관이 지난 7월 31일에 보고서 경찰 이첩을 연기할 것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왜 이런 지시를 따르지 않았냐는 질문에 박 대령은 "저는 해병대 사령관님의 명을 생명처럼 생각한다. 사령관님께서는 명시적으로 '보류하라'는 지시를 하신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7월 31일 오후부터 다음날 8월 1일 오전, 오후, 저녁까지 계속된 회의가 있었다. '국방부로부터의 이러한 외압에 대해서 어떡하면 좋겠느냐'는 회의가 있었고, 그 회의에 제가 '국방부에서 원하는 대로 했을 때 해병대에서 우려되는 사항들은 다음과 같다'고 요약을 해서 추가 보고까지 했다"고 전했다.

그는 "해병대 자체에서 유가족에게 이미 설명을 했고, (국방부) 장관님한테 보고된 문서를 우리 스스로 변경하는 것은 수사의 축소‧조작일 수 있고 나중에 가서 큰 문제가 된다. 해병대가 정직한 군이라는 이미지에 큰 손상이 되기 때문에 하루빨리 국방부 조사본부로 올리는 걸 건의드려서 국방부에서 재검토해서 그 결과를 경찰로 이첩하면 좋겠다'라고 건의 드렸다"고 경위를 자세히 설명했다.

박 대령은 "만약 그것이 되지 않는다면 빨리 경찰로 이첩하는 것만이 우리 해병대가 정직한 조직으로, 군으로 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계속 건의드렸고 논의하는 시간이었다"며 "그리고 사건이 (경찰로) 이첩되는 8월 2일 오전에도 이첩 전에 직접 제가 사령관실에 10시에 들어가서 사건이 이동 중에 있다고 했고 사령관은 여러 가지 말을 나누다가 결론적으로 '알았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령관이) '알았다'라고 해서 저는 나왔고, 당일 10시 51분에 사령관이 급하게 다시 전화 와서 '이첩하는 걸 멈춰라' 해서 '이미 이첩 중이기 때문에 죄송하다. 하지만 바로 전화를 하겠다' 해서 제가 이미 이첩 중인 책임자에게 연락을 취했는데 이미 이첩 중이었기 때문에 연락이 되지 않았다"며 "결론적으로 저는 해병대 사령관으로부터 이첩을 보류하라는 명시적이고 알 수 있는 명확한 지시는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박 대령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국방부는 이날 오후 늦게 입장무을 통해 "'법무관리관이 혐의/죄명을 빼라고 했다', '안보실에서 언론설명자료를 요청한 것은 외압 소지가 있다' 등 발언한 내용들은 근거 없는 명백한 허위 주장"이라고 규정했다.

국방부는 "법무관리관은 국방부장관의 지침을 받아 군사법원법의 취지를 설명한 것이며, 외교안보부처의 경우 통상적으로 안보실과 언론설명자료를 공유하고 있어 '외압 소지가 있다'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강조했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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