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그런데'] 급박한 순간에 계산해서 맞서라?
우리나라에선 상대방이 이유 없이 나를 폭행하거나 위협을 해도 맞서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를 막는 과정에서 상대방을 밀거나 때리게 되면 쌍방폭행이 되거든요. 정당방위가 아니라요.
얼마 전 대전에 있는 30대 편의점 업주는 검찰로부터 '상해 사건 피의자가 됐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지난 5월 휴대전화를 보고 있는데, 70대 남성이 흉기를 들고 와 다짜고짜 허벅지를 찔렀고, 상대방이 또 흉기를 휘두르지 못하게, 그러니까 살기 위해 발로 차 칼을 빼앗았는데, 이걸 폭행죄로 본 겁니다.
미국에서는 내 집, 내 땅이나 차량에 침입한 사람을 총기 등으로 사살한다 해도 기소당하지 않습니다.
17세기 영국 판사 에드워드 코크가 '집은 자신만의 성이며 그곳은 절대적으로 지켜져야만 한다'고 판결한, '캐슬 독트린'을 적용하고 있거든요. 이건 정당방위의 토대가 됐죠.
"정당방위가 인정되려면 먼저 물어봐야 돼요. '도둑님, 흉기 들고 오셨습니까?'" - 박민식 당시 새누리당 의원(2014년 10월 27일 법사위 국감)
9년 전, 자택에 침입한 강도를 빨래건조대로 때려 의식불명 상태에 이르게 한 20대 청년에게 실형이 선고되자 일었던 논란인데, 아직도 그대로지요.
형법 21조엔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 벌하지 않는다고 돼 있습니다. 하지만, 이 '상당한 이유'를 두고 해석이 참 까다롭습니다.
경찰도 상대가 멈춘 뒤에는 공격하면 안 된다, 상대 피해가 본인보다 심하지 않아야 한다, 전치 3주를 넘기지 말아야 한다 등등 8가지 기준을 세워두고 있다는데.
절박하고 위험한 순간에, 상대가 정말 공격을 멈춘 건가, 내가 이렇게 했을 때 상대방이 전치 3주를 받을까 2주를 받을까를 따지면서 대처하는 게 과연 가능할까요.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 '도망가지 말고 맞서 싸우라'는 의미의 이 말은 광장이나 쇼핑몰, 전철역 같은 곳에서 치명적 위협에 맞닥뜨리면 총과 같은 무기로 대응해도 된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판결에 따르면 우린 '묻지마 살인' 같은 일이 일어나도 도망만 가야하고, 도망치지 못할 때라도 맞서 싸우면 안 됩니다. 쌍방폭행이 될 수 있으니까요.
흉포한 범죄는 하루하루 늘어만 가는데, 검경과 법원은 살겠다고 저항한 사람에게 쌍방폭행이나 들이대고 있으니 역시 우리 법은 가해자 편이 맞나봅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급박한 순간에 계산해서 맞서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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