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발목잡는 '2%' 인플레 목표…매파 기조 못 버리는 연준[오미주]
[편집자주] '오미주'는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의 줄인 말입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이벤트나 애널리스트들의 언급이 많았던 주식을 뉴욕 증시 개장 전에 정리합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연준의 목표치인 연율 2%는 크게 웃돌고 있어 금리 인상 종결을 선언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 7월 전년비 CPI 상승률은 3.2%를 나타냈다. 이는 전월의 3.0%보다 올라간 것이지만 이코노미스트들의 예상치 3.3%보다는 낮은 것이다.
전년비 CPI 상승률이 올라간 것은 지난 7월에 유가와 식품 가격이 반등한 가운데 전년 7월이 비교 기준이 되는 기저효과 때문이다.
지난 6월 CPI 상승률은 전년 6월 CPI 상승률이 9.1%로 4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탓에 3.0%로 대폭 낮아졌다. 반면 지난 7월 CPI는 상대적으로 낮아진 전년 7월 CPI와 비교하다 보니 지난 6월보다 반등한 것일 뿐이다.
지난 7월 근원 CPI 상승률은 4.7%로 전월 4.8%에 비해 낮아졌다.
이에 따라 시카고 상품거래소(CME) 금리 선물시장에 반영된 오는 9월19~2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의 금리 동결 가능성은 일주일 전 82%에서 90% 수준으로 높아졌다.
EY-파시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리디아 부수르는 보고서를 통해 "연준은 7월 인플레이션 지표를 디스인플레이션 경로에 한 걸음 더 다가간 것으로 평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2%라는 목표치에서는 상당히 멀기 때문에 FOMC 기조는 매파적인 성향을 유지하면서 경제 데이터에 따라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계속 열어둘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투자 전문 매체인 배런스는 지난 7월 CPI는 분명 긍정적이지만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직면하게 되는 어려움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도 연율 CPI 상승률이 지난해 7월 이후 12개월 만에 반등했는데 이 같이 현상이 올해 더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유가가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스콘신주 매디슨에서 약 220억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매디슨 인베스트먼트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이자 멀티 애셋 솔루션 팀장인 패트릭 라이언은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이 훨씬 더 빠르게 하락할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에너지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플레이션을 지난해 정점인 9.1%에서 끌어내리는 것은 쉬운 일이었지만 3% 밑으로 떨어뜨리는 것은 훨씬 더 어렵다"며 "고용시장 강세와 높은 수준의 소비 지출, 유가 상승 반전 등을 고려할 때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2%의 인플레이션은 연준이 수년 전에 설정한 최적점이다. 2%의 인플레이션은 소비자들이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낮지만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자극해 경제는 성장할 수 있을 만큼 높은 수준으로 여겨진다.
물가상승률이 너무 낮아진다면 소비자들의 지출 의욕이 떨어지게 된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내일 사도 지금보다 더 높지 않은 가격에 살 수 있다면 소비를 미루게 되고 이는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게 된다.
반면 물가상승률이 2%보다 너무 높으면 소비자들이 물가 상승을 체감하면서 소비를 앞당기려 할 수 있다. 이는 경제를 과열시켜 물가상승률을 더욱 끌어올리는 악순환을 불러오게 된다.
예를 들어 1980년대에 악명 높은 인플레이션을 잡은 것으로 유명한 폴 볼커 연준 의장이 1987년 8월 퇴임할 당시에도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4%를 웃돌고 있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의 경제 담당 칼럼니스트인 제프 소머는 지난 3월 칼럼에서 로렌스 볼 존스홉킨스대 경제학 교수가 "볼커에게 4%가 충분했다면 우리에게도 4%는 충분히 괜찮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당시 뉴질랜드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을 목표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하며 처음에 0~1%를 인플레이션 목표치로 설정했다가 너무 낮아 보여 2%로 올렸다.
2%의 인플레이션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명확한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는 영미권 다른 국가들로 확산되며 영국과 캐나다, 호주에 이어 스웨덴까지 채택했다.
하지만 미국 연준은 오랫동안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구체적인 숫자로 제시하기를 꺼려 했다. 볼커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가능한 낮아지기를 원했을 뿐 특정한 시점에 낮은 인플레이션이 얼마를 의미하는지 공개적으로 제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공개적인 숫자가 연준의 유연성을 제한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볼커 의장의 후임자였던 앨런 그린스펀 의장 역시 수년간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도입하지 않았다. 취임 첫 해에 인플레이션 목표치 설정의 장점을 연구하도록 이코노미스트들에게 의뢰했지만 인플레이션을 2% 밑으로 낮추는 데 비용이 많이 들고 경제 침체를 유발할 수도 있다는 말에 포기했다.
하지만 그 회의에서 당시 연준 관리였던 재닛 옐런 현 재무장관은 물가 안정에 대해 그린스펀 의장이 추정하는 "수치로 제시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그린스펀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정확하게 측정된다면 제로(0)"가 적절한 목표치라고 답했다.
하지만 누구나 인정하듯이 인플레이션을 정확히 측정하기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옐런은 "인플레이션이 부정확하게 측정된다면 인플레이션은 2%를 향해 가도록 하는 것이 좋은 생각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 과정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면서 (인플레이션이) 서서히 (2%를 향해)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다른 연준 인사들이 동의하면서 인플레이션 목표치 2%는 비공식적으로 통화정책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연준이 경제와 인플레이션 전망을 공개적으로 제시하는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도 없었다.
포워드 가이던스가 도입된 것은 2011년 벤 버냉키 연준 의장 시절이었고 2%라는 인플레이션 목표치가 공식적으로 공표된 것은 2012년이었다.
그러다 2020년 8월에 연준은 2%라는 인플레이션 목표치의 범위를 미묘하게 넓혔다. 정확하게 2%에 도달할 필요 없이 시간이 지나면서 평균적으로 2%에 수렴해도 되도록 조정한 것이다.
2020년 연준의 장기 정책 성명서에 따르면 2%의 인플레이션 목표치에 즉각 도달할 필요는 없으며 도달 시점에 대해서는 판단의 여지가 있다.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도 우려됐던 경기 침체나 대량 실직 사태는 아직 없지만 인플레이션이 2%에 근접하지 않는 한 현재의 인플레이션 목표치 2% 체제하에서는 금리 인하가 쉽지 않아 보인다.
마침 연준은 5년에 한 번씩 장기 전략과 목표를 수정하는데 그 시기가 2025년이다. 따라서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인플레이션 목표치 2%가 타당한지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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