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류 투약 후 인도 돌진 ‘강남 롤스로이스’ 운전자 구속

약물을 복용한 채 운전하다가 사고를 내 행인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 신모(가운데)씨가 11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약류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한 뒤 서울 강남에서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다 인도로 돌진, 길을 걷던 여성을 크게 다치게 한 20대 남성이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1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위험운전치상) 혐의를 받는 신모(28)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유 부장판사는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사유를 밝혔다.

신씨는 지난 2일 오후 8시10분쯤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고 서울 강남구 압구정역 인근 인도로 돌진해 길을 걷던 20대 여성 A씨를 크게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현재 뇌사 상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마약 간이 시약검사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 행적 조사 등을 통해 신씨의 향정신성의약품 투약 사실을 확인했다.

이른바 ‘강남 롤스로이스 사고’ 현장 모습. 유튜브 ‘카라큘라 탐정 사무소’ 캡처

신씨의 체내에선 케타민과 디아제팜, 미다졸람, 프로포폴, 아미노플루티느라제팜 등 7종의 성분이 검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케타민은 의료용 마취제의 일종이지만 통증 경감, 환각 작용 등의 효과가 있어 젊은 층 사이에선 ‘클럽 마약’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와 관련, 신씨는 경찰 조사에서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후 의사에게 케타민을 처방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 2월부터 병원 4곳을 돌며 16차례 피부질환 관련 시술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씨는 2016년 7월부터 2017년 3월까지 필로폰을 다섯 차례 투약했다 적발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한편, 신씨는 이날 오전 11시9분쯤 검정색 옷차림에 검정색 마스크를 쓰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나타났다.

신씨는 이날 오전 11시55분쯤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법원 건물을 나서며 “피해자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신씨는 ‘사고 당시 기억이 안 난다고 했는데 약물을 과다 투약한 게 아니냐’라는 기자들의 질문엔 “아니다”라고 답했다.

신씨가 사고 직후 구호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거나 경찰이 출동한 뒤에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태연했다는 목격담이 유튜브 등으로 전해져 공분을 샀다.

특히, 사고 직후 간이시약 검사에서 케타민 성분이 검출됐는데도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고 이튿날 신씨를 석방한 것도 논란이 됐다. 경찰의 수사 의지가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얘기다.

더욱이 신씨가 사고 현장에서 횡설수설했다는 목격자 증언과 피해자 부상 정도 등을 감안하면 일단 신병 확보를 시도하고 마약 투약 여부 등을 계속 수사했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경찰은 신씨가 말한 병원에서 케타민을 처방받은 사실을 확인한 만큼 당장 구속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이날 “경찰이 사실관계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석방했다. 불공정한 수사로 비치는 무책임한 행위”라며 강남경찰서장을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오남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