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가다]항일 유적 찬밥 대우하는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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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에 우리 독립운동가들은 중국 곳곳에서 항일 운동을 이어갔습니다.
광복 78주년을 앞둔 지금은, 중국에 있는 항일 유적들은 폐쇄되거나 흔적을 찾을 수 없습니다.
수난을 당하고 있는 항일 유적들을, 이윤상 베이징 특파원이 가봤습니다.
[기자]
지난달 초 보수 작업을 이유로 돌연 폐쇄된 지린성 윤동주 시인의 생가입니다.
생가 내부는 장기간 방치된 듯 풀만 무성합니다.
[윤동주 시인 생가 관계자]
"글쎄요. (재 개관 일정은) 아직 잘 모르겠고요. 지금은 (관람) 안 됩니다."
윤동주 시인 생가엔 내부 수리 중이라는 팻말을 붙여뒀지만 작업 흔적은 보이지 않습니다.
뒤늦게 소식을 접한 한국인 여행객들은 문 앞에서 발걸음을 돌리고 있습니다.
[장현수 / 중국 거주 한국인]
"문이 닫혀서 좀 난감하다 했는데 (왔습니다)."
[최종인 / 서울 구로구]
"한국에서부터 왔는데, 좀 보러 왔는데 (문이) 닫혀있어서 너무 슬프네요."
인근 주민들은 한중 관계 얘기부터 꺼냅니다.
[마을 주민]
"제 생각엔 요즘 한국하고 사이 안 좋잖아요. 길림성(지린성) 선전부에서 열지 못하게 하는 거죠."
다롄 안중근 전시실도 두 달 전 문을 닫았습니다.
뤼순 감옥 박물관 안에 있는 안중근 전시실은 자물쇠로 굳게 잠겨있습니다.
출입문 앞엔 안전문제로 보수 작업 중이라는 안내문이 걸려 있습니다.
다른 시설은 모두 정상 영업 중입니다.
[뤼순 감옥 박물관 직원]
"보수 작업은 낮에 안 하고 밤에 해요. 낮에는 관람객 다칠까봐."
중국 측은 두 곳 폐쇄는 "보수 작업이 끝나는 대로 재 개관 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정확한 시기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중국은 2017년에도 하얼빈 역에 있던 안중근 기념관을 2년 간 폐쇄한 적 있습니다.
건물 신축을 이유로 들었지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 배치에 대한 사실상의 보복 조치였습니다.
[강준영 /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단순 보수 공사를 할 수도 있지만 (현재) 시기상 (양국 관계의) 흐름을 보면 단순한 것 같지 않아서 우려가 된다."
수도 베이징에 있는 항일 유적 26곳은 표지판도 없이 잊히고 있습니다.
이육사 시인이 순국한 곳으로 추정되는 옛 일제 지하 감옥은 다세대 주택으로 바뀌어 흔적조차 발견할 수 없습니다.
단재 신채호 선생이 동아일보 등에 기고하며 항일운동을 이어간 하숙집 일대와, 베이징에 살던 한인 학생들이 조직한 대한독립청년단 본부 건물 근처도 사적지임에도 평범한 중국 가정집 골목으로 바뀌었습니다.
한중 관계 전문가들은 양국 관계가 악화될 때마다 항일 유적지 폐쇄 등으로 우리 정부를 압박하는 중국의 움직임이 우려된다고 입을 모읍니다.
베이징에서 채널A 뉴스 이윤상입니다.
영상취재 : 위진량(VJ)
영상편집 : 구혜정
이윤상 기자 yy27@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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