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에서 유명인으로 번진 살인예고…"집밖 나가기 무섭다"

정부, '살인 예고 글'만 올려도 처벌토록 법률 개정 추진

[아이뉴스24 김다운 기자]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 이후 커뮤니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에 유사한 예고 글이 폭주하는 가운데, 유명인이나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협박·테러까지 잇따르고 있다. 불안감이 커지자 정부는 '살인 예고 글'을 처벌하는 법적 토대를 만들기로 했다.

11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까지 전국에서 '살인예고' 게시물 315건이 적발됐고, 작성자 119명(중복 게재 4명)이 검거됐다. 지난 7일까지 검거된 피의자 65명 중 34명(52.3%)이 미성년자일 정도로 10대 청소년 사이에 유행처럼 번진 것으로 보인다.

T1 페이커(이상혁) 선수가 지난 4월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LCK 아레나에서 열린 '2023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 시즌 결승전 미디어데이'에서 예상 결승 진출팀 손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근에는 '묻지마' 흉기 난동 예고 뿐만 아니라 특정 유명인을 상대로 한 예고 범죄도 잇따르고 있다.

11일 경기 하남경찰서는 지난 8일 디시인사이드에 "서울숲역 SM엔터테인먼트 임직원만 골라 9명 죽이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린 20대 남성을 구속했다.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걸그룹 멤버를 좋아해 인스타그램 DM(개인 메시지) 등을 통해 그에게 마음을 전했지만 받아주지 않자 홧김에 이런 글을 썼다는 진술이다.

E 스포츠팀 T1 소속 프로게이머 페이커(본명 이상혁)를 살해하겠다는 위협도 올라와 경찰에 조사에 나서고 있다.

지난 10일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는 "내일 T1 숙소에 가서 칼부림으로 페이커 손 XXX 잘라버리겠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현재 해당 글은 삭제된 상태다.

지난 8일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살해하지 않으면 시한폭탄을 폭발시키겠다"는 일본인 이름으로 발송된 이메일이 서울시 공무원 등 여러 명에게 발송됐다.

이 용의자는 지난 9일에는 서울 남산타워와 국립중앙박물관을 폭파하겠다는 협박성 이메일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낮에는 공항을 폭파시키겠다는 협박 전화도 걸려왔다. 이날 낮 12시 16분께 대한항공 본사 콜센터에 누군가가 "항공기를 폭파하고 출국하겠다"는 내용의 협박 전화를 와,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는 경찰·소방 등과 함께 각 공항에서 순찰 등 보안 검색을 강화했다.

누리꾼들은 "이제 살인이 유행이 되어 가는 것이냐" "살인예고 글들이 자꾸 올라오니 집밖을 나가기가 무섭다" "처벌이 너무 가벼워서 그렇다"며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처럼 살인 예고 협박글이 연이어 올라오자 정부는 '살인 예고 글'을 처벌할 수 있는 관련 법률 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법무부는 9일 오전 “살인 예고 글 등 공중협박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 관련 법률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불특정 다수인에 대한 살인 예고와 같이 공중의 생명·신체에 대한 공포심을 야기하는 문언 등을 유포하거나 공공연하게 게시하는 행위를 처벌하고, 관련 정보의 유통을 차단할 수 있도록 방송통신위원회 등과 함께 근거 규정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살인예고 글을 올린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법안도 발의됐다.

지난 10일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은 형법상 '살인 예비죄'를 특정강력범죄에 포함하고, 신상공개 대상 피의자 얼굴은 30일 이내의 모습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다운 기자(kdw@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