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재판 넘어갔지만···살인예고글만 315건, ‘분노사회’ 한계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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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신림역 인근에서 20~30대 남성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두른 조선(33)이 재판에 넘겨졌다.
신림역 인근을 방문하는 여성들을 살해할 목적으로 사시미칼을 구매하고 온라인 커뮤니티에 '20명의 한국 여성을 죽이겠다'고 예고한 이 모(26) 씨도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또 신림동에서 한국 여성 20명에 대한 살인 예고글을 게시한 이 씨도 이날 재판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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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 살인예고' 20대도 재판 넘겨
전문가 "분노사회 수위 높아져" 우려
"살인예고글에 벌금형 등 제재 필요"
서울 신림역 인근에서 20~30대 남성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두른 조선(33)이 재판에 넘겨졌다. 신림역 인근을 방문하는 여성들을 살해할 목적으로 사시미칼을 구매하고 온라인 커뮤니티에 ‘20명의 한국 여성을 죽이겠다’고 예고한 이 모(26) 씨도 구속 기소됐다. 흉악 범죄자에 대한 사법 절차가 속도를 내는 가운데 지난 보름 동안 경찰이 파악한 살인 예고글만 300건이 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리 사회의 분노와 혐오가 한계에 다다른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수민 형사3부장)은 신림동 흉기 난동 살인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를 거쳐 피고인 조선을 살인?살인미수?절도?사기 및 모욕죄로 구속 기소했다고 11일 밝혔다. 수사팀에 따르면 조선은 심각한 게임 중독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8개월간 수면 시간 외에는 게임을 직접 하거나 관련 동영상 시청에만 몰두했다. 범행 당시 가벼운 뜀걸음을 하거나 범행 후 재정비 시간을 갖고 타깃을 물색하는 등의 특이 행동을 보인 원인도 게임에 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다만 검찰 관계자는 “게임 중독이 (범행의) 직접 동기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조선의 좌절과 불만이 내부 자극에 의해 순간 표출됐다는 것이 심리 분석을 한 전문가들의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또 신림동에서 한국 여성 20명에 대한 살인 예고글을 게시한 이 씨도 이날 재판에 넘겼다. 이 씨는 올해 3월부터 5개월 동안 “‘한녀(한국 여성)’들 죄다 묶어놓고 죽이고픔” “2분이면 한녀 10마리 사냥 가능하긔” 등의 글을 1700개 가량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 씨는 실제로 길이 32.5㎝의 흉기를 구매하기도 했다. 여성에 대한 혐오감과 증오심으로 가득 찬 ‘혐오 범죄’라는 것이 검찰 측 설명이다. 경찰이 지난달 27일부터 이날까지 전국에서 파악한 살인 예고글만도 315건에 이른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119명을 검거하고 11명을 구속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분노 범죄의 범위가 넓어지는 동시에 범죄의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서로의 범행 예고에 동조하게 되고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적절한 억제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과거부터 ‘분노 사회’라는 이야기는 존재했지만 자신에게 피해를 준 인물이 아닌 불특정 다수를 향해 이 정도의 무차별적인 범행이 이뤄진 경우는 없었다”며 “인터넷상에서 만연하던 분노가 현실로 표출되며 사회 전체에 대한 불안을 가중시키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글 하나, 댓글 하나 올리는 게 무슨 문제냐’는 생각을 멈출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한규 법무법인 공간 변호사는 “범행을 예고하는 글들이 사회에 미치는 파장은 경제적?심리적으로 상상을 뛰어넘지만 현재처럼 협박이나 살인 예비 혐의를 적용하면 실제 처벌되는 경우는 극히 적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장난일지라도 벌금형 등 사법 절차를 밟게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살인 예고글을 작성하는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처벌 규정 마련 등이 법률 개정 작업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이건율 기자 yul@sedaily.com박우인 기자 wipark@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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