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날 남산 끌고가라” 글에... 정치권 “개인 비리를 민주화운동 포장”

양지호 기자 2023. 8. 11.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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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구속하라’던 송영길과 닮은꼴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지난 3월 28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극장에서 열린 '조국의 법고전 산책' 북콘서트 저자와의 대화에서 딸 조민씨와 함께 대화를 하고 있다. /뉴스1

조국 전 법무장관은 딸이 입시 비리로 기소되자 10일 페이스북에 “차라리 옛날처럼, 나를 남산이나 남영동에 끌고 가서 고문하길 바란다”고 썼다. 권위주의 정권 때 악명 높았던 안전기획부와 치안본부 산하 대공분실을 거론하며 자신을 정치적 희생양으로 묘사한 것이다.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을 받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도 지난 5월 검찰이 부르지도 않았는데 출두해 “나를 구속하라”고 했다. 야권 내부에서도 “무슨 독립운동이라도 하는 줄 아는 모양”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과거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던 인사들은 ‘망상’과 ‘열등감’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 사무처장을 맡았던 민경우씨는 본지에 “좋게 말하면 피터팬 콤플렉스, 나쁘게 말하면 망상”이라고 했다. 민씨는 “공안기관에 탄압당하는 희생양이라는 민주화 세력 서사를 따르고 있다”며 “80년대 운동권 학생들이 가지고 있던 망상을 나이가 들어서도 그대로 갖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조 장관의 발언은 당시 운동권 주변에 머물렀던 ‘열등감’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고문을 받았던 한 운동권 원로는 “자기는 젊을 때 고문당한 ‘경력’이 없어 평생 열등감을 느꼈던 것 같다”며 “이젠 가고 싶어도 못 가게 돼서 저런 말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은 민주화 이후인 1990년대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 사건에 연루돼 6개월 수감됐지만, 박노해씨나 백태웅씨 같은 주축은 아니었다. 조 전 장관은 현재 자녀 입시 비리와 감찰 무마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상태다.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을 했던 송영길 전 대표는 지금 돈 봉투 의혹의 핵심으로 지목받고 있다. 당시 송영길 캠프에서 활동하며 6000만원을 민주당 의원 20명에게 나눠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윤관석 의원은 지난 4일 구속됐다. 민주당 관계자는 “불법 정치자금으로 수사선상에 올랐으면서 ‘정치탄압’ 운운하는 것이 낯 뜨겁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들이 “자신들의 개인 비리를 마치 민주화운동인 것처럼 포장하려 한다” “민주화운동에 대한 희화화”라는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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