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위협 ‘공사장 흙탕물’…태풍 대비 부실

[앵커]

이번 태풍으로 시간당 60mm가 넘는 집중호우에 경남 창원 도심은 온통 흙탕물로 뒤덮혔습니다.

이 흙탕물은 도심 한가운데 대형 공사장에서 흘러나왔는데요.

태풍과 함께 많은 비가 예보됐지만, 대비가 부족했다는 지적입니다.

보도에 박기원 기자입니다.

[리포트]

흙탕물로 뒤덮힌 도심 도로, 길을 건너던 60대 여성이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갔습니다.

바로 위 100여m 떨어진 왕복 6차로 도로도 어디가 도로인지 분간이 안 됩니다.

여성이 처음 급류에 휩쓸렸던 곳입니다.

사람을 쓰러뜨릴 만한 많은 물이 어디에서 왔는지 도로에 남은 흔적을 따라 확인해봤습니다.

흙탕물이 시작된 곳은 근처 창원시 도시개발 현장입니다.

토목공사 중인 현장은 대규모 벌목으로 바닥이 훤히 드러나고, 경사면에 토사가 높게 쌓여 있습니다.

[공사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들이 (물을) 막아도 밑으로 내려갈 수밖에 없는 그런 시스템으로 되어 있거든요. 아직까지 공사 중이다 보니까."]

공사장 빗물을 하천으로 보내는 배수관은 단 한 곳, 이마저도 용량이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창원시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모래 주머니만 쌓았을 뿐입니다.

[공사현장 관계자/음성변조 : "현장에서 나가는 관이 밑에 가서 보시면 관이 좀 작아요. 이번에 공사를 하면서 그 관을 키우려고 하나 보더라고요."]

창원 도심 왕복 8차로 도로도 인근 공사장에서 흘러든 흙탕물로 뒤덮였습니다.

물이 빠진 뒤 인근 공사장으로 가보니, 공사장 빗물을 흘려보내는 배수관이 흙으로 막혀 기능을 못 했습니다.

창원시는 시공사와 함께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시공사 관계자/음성변조 : "(횡단 배수로가) 막히는 바람에 횡단이 안 되고 (흙탕물이) 도로바닥을 긁고 중앙대로로 나가버렸어요."]

이번 태풍으로 300mm의 집중호우가 예보됐던 경남지역, 대형 공사장의 부실한 대비로 도심은 흙탕물로 뒤덮혔고, 시민 안전까지 위협받았습니다.

KBS 뉴스 박기원입니다.

촬영기자:지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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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원 기자 (pray@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