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면 못보는 직원이 주택단장”...LH사장의 뒤늦은 반성
“건축도면 볼줄 모르는 토목직이 단장 맡아와”
“LH 감리기능 이관, 민간 설계 확대 등
인적·조직 쇄신할것”
LH는 그동안 지하주차장 외엔 거주동이 무량판 구조로 설계된 LH 아파트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다 최근에서야 세종시에 무량복합구조(무량판식+벽식)가 적용된 주거동 단지가 있었다고 뒤늦게 인정했다. 지난 9일엔 당초 전수조사 대상에서 누락된 단지들이 10곳 더 있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단순 실수’라는 이해하기 힘든 해명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LH가 존립 근거가 있느냐”는 질타도 받았다. 급기야 11일 철근 누락 부실시공 단지가 더 있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LH에 대한 비난 여론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이한준 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아비판’에 버금갈 정도의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현황 조자 제대로 집계하지 못하는 LH의 능력을 보면서 나 자신도 고뇌에 찼었다”며 “조직이 이렇게까지 망가지고, 위계도 체계도 없는 등 참담할 정도로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무량판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LH 조직 내부의 ‘파벌 문화’를 꼽았다. LH는 2009년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가 합병해 출범했다. 하지만 통합 이후로도 두 파벌간 주요보직 나눠먹기, 소통 부재, 직렬·직종별 칸막이가 존재했다는게 이 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예를 들어 건축도면을 볼 줄도 모르는 토목직이 주택구조견적단장을 맡아왔다”고 말했다. LH구조견적단장은 아파트 설계기준을 수립·운영하고 구조설계 등을 총괄하는 자리다.
그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에서 LH 혁신을 약속했다. LH 임원 전원에게는 사직서를 제출받기로 했다. 자신의 거취 문제를 고심했다는 이 사장은 “사즉생의 각오로 언제든지 임명권자의 뜻에 따르겠다”고 밝히면서도 “이 AS(애프터서비스)는 반드시 수행하겠다”며 개혁 작업을 진두지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 사장은 혁신의 큰 방향으로 제시한 것은 조직의 권한과 규모 축소다. 그는 민간이 설계를 맡는 민간참여형 공공분양 확대, 감리업체 선정 권한의 지자체 위임 등의 방안을 거론했다.
일각에서는 2009년 LH 출범 과정에서 토지공사와 주택공사에 대한 제대로 된 구조조정이 없었던 만큼 조직 슬림화 방안 등도 거론된다. LH 직원이 업무상 전관들과의 접촉을 원천 차단하거나 건설 업계에 LH 출신 명단 제출을 받는 방안도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국토부도 LH 조직 진단을 위한 연구용역 발주를 검토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LH의 ‘셀프 개혁’도 중요하겠지만 국민 눈높이에 맞춘 개혁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정부가 종합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LH는 앞으로 무량판 공공아파트 102곳을 처음부터 다시 점검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화장지로 그곳만 가렸다…회식중 女대원 앞에서 ‘알몸쇼’ 소방관, 日 발칵 - 매일경제
- 귀통증 50대 여성 귓속에서…구더기 7마리 ‘꿈틀’ - 매일경제
- “한국내 동결자금 60억 달러…스위스 은행으로 이체돼”<이란 국영언론> - 매일경제
- “왕의 DNA 가진 아이”…담임교사에 ‘9가지 요구’ 적어 보낸 교육부 사무관 - 매일경제
- “밥 먹을 식당도 없다”…‘연봉 수백억’ 카레이서 몰렸지만 헛물 켠 이 도시 - 매일경제
- “도면 못보는 직원이 주택단장”...LH사장의 뒤늦은 반성 - 매일경제
- “제2 내전위험 최고조”...최대위기 빠진 미국, 돌파구는 있나? [한중일 톺아보기] - 매일경제
- “월급도 떨어져 가는데 달달하네”…매 분기 따박따박 배당 주는 곳 있다는데 - 매일경제
- 조국 딸 조민 든 ‘이 가방’, 알고보니 김건희 여사와 같은 브랜드 - 매일경제
- 류현진, 예정대로 14일(한국시간) 컵스전 등판 예고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