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총체적 난맥’ 잼버리, 대통령 사과·문책·국정조사 해야
준비 부족과 운영 미숙으로 파행을 겪은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11일 폐영식과 K팝 콘서트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태풍 위협으로 새만금 야영지에서 조기 철수한 이번 잼버리는 뭐 하나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총체적 난맥상을 드러냈다. 돌이켜봐도, 대한민국 역사상 대규모 국제행사를 치르면서 이렇게 오명만 남긴 행사는 없었다. 기대했던 수조원 경제효과는커녕 망신만 당했다. 매립지에서 대회를 여는 우려가 나올 때마다 큰소리만 친 정부와 전북도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이제는 그 진실과 책임을 물어야 할 시간이다. 도대체 뭐가 잘못됐길래 잼버리는 국민들이 창피한 ‘민폐 축제’가 됐는가.
대회는 6년의 준비 기간, 1000억원 넘는 예산을 투입한 행사가 맞나 싶게 형편없었다. 갓 매립한 야영지에는 나무 한 그루 없고, 물도 빠지지 않았다. 샤워시설·화장실·음식은 부실했고 위생 문제까지 불거졌다. 대회 주최 측의 안일한 대처에 온열환자들은 의료진과 병상 부족으로 방치되다시피 했다. ‘생존게임장’이 됐다는 볼멘소리가 쏟아지기까지 정부는 무엇을 했는가. 시설·운영 예산 증액을 거부해놓고, 잼버리 개막 후 파행 뒷수습에만 최소 310억원을 썼다고 한다. 국무총리가 지휘하는 정부지원기구와 “전폭적 지원”을 약속한 대통령 말은 모두 허언이 된 것이다. 총 사업비 1170억 원 중 엉터리 야영장 시설 조성에는 고작 129억원(11%)만 쓰고, 74%에 달하는 869억원이 조직위 예산에 쓰인 것도 국민 화를 돋운다. 따져보면, 허허벌판 간척지에서 대회를 연 것은 애초 전북도 목적이 잼버리보다 새만금 개발에 있었음을 보여주는 문서들도 보인다. 이제 정부와 조직위의 잘못과 책임 소재를 가려야 한다.
잼버리 파행의 주된 원인으로는 ‘컨트롤타워 부재’가 꼽힌다. 여론조사에서 국민 60%가 지목하듯이 잼버리 운영의 실질적 책임은 윤석열 정부에 있다. 잼버리 공동위원장 5인 중 3명이 김현숙 여성가족부·이상민 행정안전부·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다. 그래놓곤 이제 와선 ‘전 정부 탓’을 한다. 잼버리 유치에 나섰던 전북도도 책임을 피할 수 없는 건 마찬가지다. 엉망진창으로 행사를 치르고 다들 책임을 미루고 있으니 기가 막힌다. 대회가 잘됐으면 자기 공이라며 다퉜을 것 아닌가.
잼버리는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됐다. 잼버리의 뜻은 ‘즐거운 놀이’라는데, 개최국의 안일한 대처로 파행한 이번 대회는 전 세계 청소년들에게 추억이 아닌 ‘악몽’으로 기억될 것이다. 행사 유치에만 열을 올렸던 어른들은 정작 대원들을 불러놓고는 대회 전까지 나 몰라라 했다. 그러다가 사태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공공·민간을 총동원하기에 바빴다. 그 많은 돈과 시간을 어디에 쓰고 나라 망신을 자초한 건지 철저한 조사와 책임 규명이 있어야 한다. 국회는 잼버리 부실 운영 사태를 국정조사해 제대로 된 백서를 남겨야 한다. 그에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국격 잃은 행사로 생긴 대혼란과 국민의 상처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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