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해병대 대대장 이하’ 수사시켰다는 국방부, 이게 외압이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11일 “국방부로부터 사건을 축소하라는 외압을 받았다”고 밝혔다. 사단장과 여단장까지 과실치사 혐의자로 넣었더니 대대장 이하로 축소하라는 압력을 받았다는 것이다. 박 대령은 지난달 수해 구조활동 중 숨진 해병대 채수근 상병 사건을 수사하다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보직을 박탈당하고 군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박 대령의 발언은 구체적이면서도 충격적이다. 박 대령에 따르면 그는 8월1일 오전 9시43분쯤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통화했다. 이 통화에서 유 관리관은 ‘직접적인 과실이 있는 사람으로 (혐의를) 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령이 “직접 물에 들어가라고 한 대대장 이하를 말하는 것이냐”라고 묻자 유 관리관은 “그렇다”고 했다고 한다. 신범철 국방부 차관은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에게 수사 내용 수정을 지시하는 문자를 보내지 않았다고 했지만, 박 대령은 김 사령관이 차관 지시 사항이라며 휴대전화를 보고 읽어줬다고 반박했다.
국방부는 “원칙을 말한 것일 뿐”이라며 유 관리관과 박 대령의 통화 내용을 평가절하했다. 하지만 국방부 지휘라인에 있는 이가 대대장 이하만 책임을 물으라고 한 것이 외압이 아니면 무엇인가. 수사결과 발표를 앞두고는 대통령실에서 조태용 안보실장에게 보고해야 한다는 이유로 수사보고서를 요구했다고 박 대령은 주장했다. 심지어 해병대 수사단은 상부 의견에 따라 사단장 등을 면책할 경우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는 보고용 문건도 작성했다. “수사 과정에서 상급제대(수사단보다 높은 곳) 의견에 의한 관계자 변경 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해당한다. 언론에 노출될 경우 대통령실 및 국방부는 정치적·법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게 골자다.
수사단은 구명조끼조차 입을 수 없었던 젊은 해병대원 죽음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런 수사단에 상을 주지는 못할망정 이첩보류 명령을 내리고, 집단항명 혐의를 씌우는 게 과연 온당한 일인가. 국방부는 박 대령이 군 기강을 훼손하고 군 사법 신뢰를 떨어뜨렸다고 비난하지만 적반하장이다. 국방부는 박 대령과 수사단원 수사를 당장 중지해야 한다. 사건이 더 커지고 질적으로도 달라졌다. 채 상병 사건의 진실과 이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진상도 다 규명해야 한다. 국방부는 조사 주체가 아닌 수사 대상이다. 지금부터는 국회나 외부 수사기관이 나서야 한다.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굿파트너’ 장나라 “‘열 받는 상사’ 말투? 한유리가 매일 퇴사하고 싶어지도록 연구했죠”
- “헤즈볼라서 멀어지라” 폭격 전 주민들에 의문의 문자…레바논 정보부 장관도 받았다
- [공식] 배우 수현, 5년만 협의 이혼
- 홍명보 “1순위라 감독직 받았다, 2·3순위였다면 안 받았을 것” 국회서 답변
- 일산 재건축 밑그림 나왔다···용적률 300%, 2만7천가구 추가
- ‘공천개입 돈전달 의혹’ 김영선 “내가 사기 당한 것”···회계담당자 고발
- 고구마 답변하던 배트민턴협회장 결국 “후원사 용품 강요 시정할 것”
- “미술품 투자 땐 매달 저작료 지급”···‘905억대 폰지사기’ 일당 14명 검거
- 정해성, 돌연 사퇴는 “건강·가족 문제 탓”…진짜 이유 과연 없나
- 베란다 콘크리트 속에 시체가…알고보니 16년 전 세입자가 살해한 동거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