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의 ‘윗선’ 구하기 “해병 사망, ‘대대장 이하’만 혐의 넣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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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경북 예천 호우 피해 실종자를 찾다 숨진 고 채수근 상병 사건을 조사하다가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11일 국방부 검찰단에서 수사받기를 거부했다.
박 대령은 이날 출석 예정이던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방부 검찰단은 적법하게 경찰에 이첩된 사건서류를 불법적으로 회수했고, 수사의 외압을 행사하고 부당한 지시를 한 국방부 예하조직으로 공정한 수사가 이뤄질 수 없다"며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를 명백히 거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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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대대장 이하’로 혐의자 한정 지시”
지난달 경북 예천 호우 피해 실종자를 찾다 숨진 고 채아무개 상병(이하 채 상병) 사건을 조사하다가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11일 국방부 검찰단에서 수사받기를 거부했다.
박 대령은 이날 출석 예정이던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방부 검찰단은 적법하게 경찰에 이첩된 사건서류를 불법적으로 회수했고, 수사의 외압을 행사하고 부당한 지시를 한 국방부 예하조직으로 공정한 수사가 이뤄질 수 없다”며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를 명백히 거부한다”고 말했다. 박 대령은 그 대신 “제3의 수사기관에서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호소했다. 박 대령 쪽은 조만간 국방부 검찰단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소·고발할 계획이다.
박 대령은 애초 임성근 해병대 제1사단장을 비롯한 지휘부 8명이 무리한 수색 지시를 해 채 상병이 숨졌다며 이들에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있다고 적시한 조사 결과 및 경북경찰청으로의 이첩 계획을 지난달 30일 오전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하고 결재받았다. 이어 그날 오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의 요구에 따라 이같은 내용의 언론브리핑 예정 자료를 보냈고, 언론 브리핑 예정일인 이튿날(31일) 돌연 브리핑 취소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그 뒤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자신에게 수차례 전화해 “(사건인계서에서) 혐의자와 혐의 내용을 다 빼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제목을 빼라”며 ‘수사외압과 부당한 지시’를 했다는 게 박 대령의 주장이다.
박 대령은 특히 8월1일 오전 9시43분께 유재은 법무관리관이 통화에서 “직접적인 과실이 있는 사람으로 (혐의를) 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에 박 대령이 “직접적인 과실이 있는 사람이라고 하면 직접 물에 들어가라고 한 대대장 이하를 말하는 것이냐”라고 물었더니, 유 법무관리관이 “그렇다”고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 대령은 “사단장과 여단장도 사망의 과실이 있다고 광의로 판단했다. 그리고 어차피 수사권은 경찰에 있으니 경찰에서 수사하여 최종판단하면 될 것 아니냐”며 거부했다고 한다.
박 대령은 기자들에게 “(직속 상관인)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으로부터 경찰로 이첩을 보류하라는 명시적인 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박 대령은 지난 2일 애초 내용대로 경북경찰청으로 조사보고서를 이첩했으나, 국방부는 즉시 보고서를 회수하고 박 대령에게 보직해임을 통보했다. 이와 관련해 해병대 사령부는 11일 “(김계환) 사령관은 7월31일 오후 4시 참모 회의를 열어 ‘8월3일 장관 회의 출장 복귀 이후 조사자료를 보고하고 이첩할 것’을 수사단장에게 지시했다”고 반박했다.
박 대령은 조사 결과를 지난달 30일 대통령실에 보고한 경위와 관련해서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에 파견된 해병 대령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장관 결재본을 보내줄 수 없느냐, (조태용) 안보실장이 보고 싶어한다’는 말을 들었으나, ‘수사 중인 사안이어서 안 된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후 김계환 사령관이 박 대령에게 언론 브리핑 예정 자료라도 보낼 것을 지시해, 해당 자료를 국가안보실에 넘겼다고 한다.
국방부 검찰단은 “박 전 수사단장의 오늘 수사 거부는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방해하고 사건의 본질을 흐리게 만들어 군의 기강을 훼손하고 군사법의 신뢰를 저하시키는 매우 부적절한 행위”라며 “국방부 검찰단은 강한 유감을 표하며, 향후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지난달 호우 피해 지역에서 실종자 수색 작업 도중 순직한 해병대 고 채아무개 상병의 유족이 언론에 채 상병의 이름을 보도하지 말 것을 해병대사령부를 통해 요청해왔습니다. 한겨레는 유족의 뜻을 존중하여 ‘채아무개 상병’으로 표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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