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을 식당도 없다”…‘연봉 수백억’ 카레이서 몰렸지만 헛물 켠 이 도시
그동안 카레라 컵이나 F1 대회 참가를 위해 영암을 찾은 드라이버 대부분은 영암 경주장서 20분 떨어진 삼학도 주변 요트 선착장에 초호화 요트를 대고 그곳에서만 머물다 갔다. 식사도 직접 가져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암 시민들은 씁쓸한 표정으로 진풍경을 바라볼 뿐이다.
지난 2010년 ‘관광 레저형 기업도시’, ‘한국의 모나코’, ‘국력 향상의 계기’ 같은 미사여구 속에 탄생한 KIC와 도시 영암에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최근 경주장이 있는 전남 영암 삼호읍을 찾았다. 주변에는 커피는 커녕 식사 한끼 할 곳 찾기가 어려웠다. 그러다보니 경주장을 찾는 사람 대부분이 차를 타고 15~20분 거리 목포 하당 신도시에서 숙박·식사를 해결한다. 큰 행사가 열리면 관람객이 만명 단위로 오는데 영암군과 목포 하당신도시의 3성급 이상 호텔 전체 객실 수는 단 300여실이다.
영암 주민들은 경주장에 대해 냉소적이라기 보단 차라리 무관심했다. 영암경주장을 운영하는 전남개발공사 산하 KIC사업단 측이 지난해 10만명 이상이 영암경주장을 찾았다고 설명한 것과는 온도차가 느껴졌다.1
작은 건물 한 채를 깨끗하게 관리하기도 쉬운 일이 아닌데 축구장 170배 면적의 이곳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도 이 정도로 영암의 ‘외로운 섬’처럼 방치되도록 이곳이 탄생하지는 않았을 터다.
이곳은 서남해안 관광레저도시 개발 사업에 따라 영암군 삼호읍 일대를 모터스포츠 메카로 조성해 관련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에서 시작됐다. 국비를 투입하기 위해 2006년 박준영 전남도지사 시절 ‘F1 특별법’이 발의됐고 3년여 만에 국회를 통과했다.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명목으로 4285억원의 세금이 투입됐다.
그러나 이상과 현실 간엔 괴리가 있었다. 영암 자동차경주장에서 개최한 F1 대회 경험이 2010년부터 2013년 사이 단 네 번 뿐이다. 네 번의 행사 역시 수백억원대 적자를 남겼다.
모터스포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정치 행정으로 인한 혈세 낭비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유다. 12만명의 관람객을 품을 수 있는 경주장에서 지난해 관람객 만명 이상을 유치한 행사는 단 두 개. 지난해 7월 열린 아시아모터페스티벌(1만 6000여명)과 10월의 CJ슈퍼레이스(1만명)다.
큰 경기가 자주 열리지 않는다고 서킷을 한가하게 비워둘 순 없는 법이다. KIC사업단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경주장 가동일은 250일. 주로 동호회 주행, 기업 행사로 연중 절반이 채워진다. 현대차, 금호타이어 등 자동차 기술 개발 테스트 임대 일수는 연간 80여일에 이른다.
수익 구조는 어떠할까. 영암경주장은 지난해 약 34억원의 수입을 거뒀다. 운영비를 빼면 순수익은 제로에 가깝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역 사회 경제 활성화 효과엔 의문점이 남는다. 국제 경기가 개최가 들쑥날쑥하다보니 관광 인프라가 갖춰지기 힘들다. 청사진은 화려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컨텐츠에 대한 준비는 너무 부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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