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정치인 비호감 이유, 당직자는 '위선' 당원은 '무능' 꼽았다
당원 구성 비율 40대 이상 82%, 30대 이하 17%
정작 '대의원제 무력화' '권리당원 위주' 혁신안은 논란만 키워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김은경의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가 활동을 종료하면서 내놓은 혁신안이 대의원 권한을 줄이고 권리당원 권한을 확대해 혁신은커녕 논란만 낳았다는 평가다.
그런데 혁신위 조사결과 가운데 주목을 끄는 내용도 있었다. 민주당 정치인들이 비호감을 받는 이유를 두고 민주당 당직자와 보좌진들은 위선을 가장 많이 지목했다. 이들은 이미지가 실추된 이유도 비리의혹 탓이라고도 응답했다. 또한 당원 구성에서 40대 이상이 82% 50대 이상을 기준으로 해도 60%가 넘는 반면, 30대 이하는 17%에 불과했다. 영남권의 권리당원은 8% 대에 불과했다.
혁신위가 지난 10일 발표한 혁신안에서 일반국민(민주당 지지층, 무당층 3000명)과 당원(2000명), 당직자 보좌진(708명)를 대상으로 더불어민주당 정치인이 비호감(호감도 0~4)인 이유를 조사한 결과 민주당의 당직자 보좌진 응답자는 '위선'(67.4%)을 가장 많이 꼽았고, 그 뒤로 무능(58.5%), 기득권(26.4%), 부패(25%) 순이었다. 당원들의 경우 무능(63.3%)이 가장 높았고, 그 뒤로 기득권(44.5%), 위선(33.3%), 낡아서(26.7%), 부패(17.4%)를 꼽았다. 일반국민들은 민주당 지지층의 경우 무능(51.5%), 부패(41.1%), 위선(30.5%), 기득권(16.9%) 순이었고, 무당층은 무능(46.3%), 부패(35.6%), 위선(33.4%), 기득권(13.1%)을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년간 더불어민주당 인식이 나빠졌거나 나빠졌을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 역시 당직자_보좌진이 57.3%로 가장 높았다. 이어 무당층이 44.7%, 당원이 37.2%, 민주당 지지층이 25.5%로 나타났다. 민주당 인식이 나빠진 이유를 두고 당직자 보좌진은 '비리의혹 > 미래비전부족 > 정부견제 미흡' 순으로 나타났고, 무당층도 '비리의혹 > 정부견제 미흡 ≒ 분열' 순으로 응답했다고 혁신위는 전했다. 이에 반해 민주당 지지층과 당원은 나란히 정부경제 미흡을 가장 많이 꼽았다. 뒤이어 각각 '비리의혹'과 '분열'을 지목했다고 혁신위가 밝혔다.
혁신위는 특정인을 향한 좌표찍기, 공격 등 당원들의 온라인 문화에 대한 조사결과도 일부 내놓았다. 더불어민주당 당원들의 온라인 문화에 대해 당원의 74.6%, 민주당 지지층의 69.9%는 바람직하거나 '일부 문제지만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인식한 반면, 당직자 보좌진은 48.0%가 심각하게 인식했고 37.3%는 '일부 문제지만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인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무당층도 39.8%가 '심각한 문제가 있고 변화가 필요'하다고 인식한 반면, 27.8%는 '일부 문제지만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인식했다고 전했다. 혁신위는 “무당층의 시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온라인문화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높다”며 “대안 마련 필요!”라고 썼다. 그러나 이런 당원들의 문화를 개선할 근본 대책은 내놓지 않았다.
혁신위가 내놓은 당원 분포도 눈에 띄었다. 당비를 내는 민주당의 당원은 지난 2008년 2만2322명에서 2023년 6월30일 현재 245만4332명으로 크게 늘었다. 연령별로 보면, 40대 이상이 82.5%(40대 22% 50대 29.6%, 60대 20.9%, 70대 10.0%)인데 반해, 30대 이하의 젊은 층은 17.6%에 불과했다. 40~50대만 한정해도 51.6%로, 민주당은 정치인 뿐 아니라 당원 자체가 중장년층 위주의 정당임을 보여준다.
전국정당화를 추진한다고 하지만 권리당원(6개월 이상 당비 납부 당원)의 경우 영남권은 여전히 인구비례에 훨씬 못미치는 8.7%(대구 0.9% 부산 2.2% 울산 1.5% 경북 0.9% 경남 3.2%)에 불과했다.
혁신위가 내놓은 세부제안을 보면, 대의원들의 권한 축소, 권리당 권한 확대로 요약된다. 혁신위는 당대표-최고위원을 권리당원투표 70%, 국민여론조사 30%로 선출하라고 제안했다. 지역위원회에 권리당원 총회를 열도록 했고, 시도당 운영에 권리당원 및 선출 대의원 참여를 보장했으며, 전국위원회 운영에 권리당원 및 선출 대의원 참여를 보장하도록 제안했다.
공천룰과 관련해 오는 22대 총선을 위한 당내경선에서 국회의원 평가 결과 하위 30%까지 비례적 감산방식 적용하도록 제안했다. 현행은 하위 20%까지만 감점을 주도록 돼 있다.
또한 권리당원들에 재난안전보험을 마련하는 혜택도 제안했다. 권리당원들을 위해 시민안전보험을 가입하고,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른 사회재난 발생으로 사망 또는 후유장애가 발생한 경우 최대 1억원의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했다. 혁신위는 “이를 통해 당원의 안전과 복지를 챙기고, 시민의 안전을 중시하는 더불어민주당의 가치를 강화해줄 수 있다”고 자평했다.
이 같은 혁신안을 두고 당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의원제 폐지를 두고 “총선에 적용사항이 없고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전당대회에만 적용”되어 “내년 총선이 끝나고 해야 할 일을 굳이 지금으로 당겨야 할 시급성이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전당대회룰, 공천룰 변경 제안에 대해서도 “당헌을 개정해야 할 사안으로, 지도부조차 결정할 수 없다”며 “민주당 대표와 지도부를 선출하기 위해 이런 무리수를 두어야 하는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비명계인 이원욱 의원은 10일 페이스북에 다선의원들의 용퇴 결단을 제안한 김은경 혁신위원장 권고 발언을 패러디해 “수차례 시장직을 역임하시고, 지사직과 의원직을 두루 맡으시면서 지방발전과 의회발전에 헌신하신 분들 중에서 후진을 위해 용퇴를 결단하실 분은 당의 미래를 위해 과감히 나서달라”면서 “당의 최고의 기득권자, 수혜자 이재명 대표다. 용퇴를 결단하겠느냐”고 되물었다.
양소영 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장도 11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공천룰 변경을 두고 “당권을 가진 세력이 특정 집단들에 대해서 학살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 이렇게 우려를 지울 수가 없다”고 우려했다.
이에 반해 혁신위의 안을 높이 평가하며 당원중심의 정당으로 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당내 강성으로 분류되는 김용민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중요한 혁신안들을 내어 충분히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김 의원은 대의원제 권한축소 권리당원 권한 및 혜택 확대 기조의 혁신안을 두고 “당원들이나 지지자, 국민들과 소통하면서 이분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정치인이 발로 뛰고 하려면 대의원 중심이 아니라 당원 중심으로 당이 운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강성 당원들이 다 이재명 대표편인데 계파갈등이 더 강화, 심화된다'는 비명계 반론을 어떻게 보느냐는 진행자 질의에 “그렇게 얘기하는 게 당원들을 폄하하는 것”이라며 “왜 당 지지자이고 당비를 내는 분들과 국회의원이 싸우느냐, 그분들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비 내는 분들이 다 강성이거나 일방통행하지 않는다”며 “그분들을 강성이고 개딸이라고 폄하하는 건 잘못된 프레임 안에서 활동하시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현 대의원제를 두고 “국민과 당원의 대표를 뽑아놨더니 뽑아준 사람과 전혀 다르게 별도로 자기만의 생각을 가지고 정치를 한다는 것”이라며 “그래서 민주당이 최근에 중요한 선거를 다 졌다”고 규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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