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하와이 산불
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미국 하와이는 세계적인 휴양지다.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주도 호놀룰루가 있는 오아후섬이다. 두번째로 많이 가는 곳이 호놀룰루에서 동쪽으로 120㎞ 떨어진 마우이섬이다. 하와이 제도 130여개 섬 중 두번째로 크고, 제주도보다 조금 더 넓다. 해발 3055m로 세계 최대 휴화산인 할레아칼라산은 트레킹 코스로 유명하다. 할레아칼라는 유네스코가 정한 생태계 보존지역인데 850종의 꽃과 식물, 네네(거위)·키케코아(앵무새) 등 6종의 멸종위기 새들이 산다.
마우이섬 북동쪽에 야자수 숲으로 둘러싸인 해변 마을 라하이나가 있다. 1820~1844년 하와이왕국의 수도였다. 1831년 세워진 라하이나루나 고등학교, 1834년 지어진 볼드윈홈 박물관이 고도(古都)였음을 말해준다. 마을 전체가 국립역사보호지역이고, 프런트 스트리트는 미국의 ‘10대 거리’로 선정되기도 했다. 랜드마크는 1873년 인도에서 가져와 심은 반얀트리(보리수나무)다. 18m 높이에 나무 그늘만 3300㎡가 넘는다.
마우이섬에서 지난 8일 산불 3개가 잇따라 발생해 계속 번지고 있다. 10일(현지시간) 현재 최소 53명이 숨졌다. 라하이나 인근에서 발생한 불은 한때 진압됐다가 허리케인 ‘도라’가 몰고 온 시속 100여㎞의 강풍을 타고 다시 살아나 마을을 초토화시켰다. 주택과 건물이 대부분 목조여서 피해가 컸다. 볼드윈홈 박물관이 무너져내렸고, 반얀트리는 검게 그을렸다. 라하이나의 80%가 사라졌다. 마우이 산불은 85명이 사망한 2018년 캘리포니아주 북부 ‘캠프파이어 산불’ 이후 미국에서 가장 피해 규모가 큰 산불이 될 것이라고 한다.
하와이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하리라곤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하와이는 연평균 기온이 25도 내외인 열대성 기후 아닌가. 게다가 마우이섬의 별칭은 초목이 우거진 ‘계곡의 섬’이다. 그런 마우이섬이 지난 6월부터 급격히 건조해지더니 이번 주 들어 ‘극심한 가뭄’ 단계가 됐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지목하고 있다. 실제 1990년 이후 하와이 강우량이 우기에 31%, 건기에 6% 줄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기후변화는 지상낙원도 한순간에 잿더미로 만들 수 있음을 목도하고 있다.
안홍욱 논설위원 a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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