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몰려온다①] 'K관광 메카' 명동 "인산인해 기대감 높지만…"
"中경기 침체로 중국인 구매력 우려도 있어"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중국이 한국의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 조치로 금지했던 자국민의 한국 단체관광을 6년 5개월 만에 재개하면서 면세·화장품 등 관련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연간 800만명에 달하던 유커(중국인 관광객)의 한국 관광이 재개되면서 중국 특수 기대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면세점과 화장품 로드숍, 의류 매장 등이 몰려 있는 중국인의 한국 관광의 '메카' 서울 명동 거리를 찾아가 봤다.
11일 오전 방문한 명동 거리는 태풍 '카눈' 여파로 비가 많이 내렸지만,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상점들이 줄줄이 폐업해 '유령도시'를 방불케 했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사실상 엔데믹 기조로 올해부터 외국인 관광객들이 돌아오면서 명동은 활기를 되찾은 모습이었다.
명동 중심가에는 팬데믹 기간 중 자취를 감췄던 화장품 '로드샵'이 한 집 건너 한 집 꼴로 즐비했고, 비가 오는 와중에도 중국어와 일본어로 호객 행위를 하는 직원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관광객들도 다수 눈에 띄였다. 다만 중심가를 벗어난 골목골목에는 아직도 '임대 구함'이라고 적힌 포스터가 나붙은 공실도 많이 눈에 띄는 등 아직 침체기를 완전히 벗어나진 못한 분위기였다.
화장품 로드샵에서 근무하는 직원 A씨는 "중국인 단체관광이 허용됐다는 뉴스를 봤다"며 "아직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매출이 회복되려면 멀었는데,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온다니 매출 회복에 속도가 붙을 것 같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돌아온다고 해도 중국인의 구매 파워가 예전 같지는 않을 것이라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다수 있었다.
중국의 내수 부진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데다 사드 사태 이후 계속되고 있는 한한령(한류 금지령)으로 한류 인기도 다소 시들해졌기 때문이다.
또 다른 화장품 로드샵 매장 직원 B씨는 "팬데믹 때 문을 닫았다가 작년 6월 다시 문을 열었는데, 매출이 코로나 이전만 영 못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중국인 관광객들도 오지만 옛날 같이 돈 쓰는 사람은 없다"며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돌아온다고 해도 예전 같이 캐리어를 가져와서 쓸어담듯 쇼핑하는 관광객들은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서울 롯데면세점 명동 본점의 분위기도 기대감과 우려가 교차하는 분위기였다. 이날 면세점도 비가 와서인지 비교적 한산했지만 쇼핑을 즐기는 외국인들의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한국 화장품 매장에서 근무하는 C씨는 "코로나 때보다는 손님이 늘었지만 20~30% 회복한 정도다"며 "중국인 손님이 대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에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돌아오면 매출이 본격적으로 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명품 의류매장에서 근무하는 D씨는 유커의 구매력에 의구심을 표했다. 그는 "유커도 옛날 같지 않다"며 "과거에는 관광버스를 타고 중국인 관광객이 수 백 명씩 몰려와서 싹쓸이하듯 쇼핑을 했는데, 지금은 중국인들 구매력이 떨어진 게 느껴질 정도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돌아온다고 해도 예전 같은 구매력을 보일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롯데·신라·신세계 등 국내 면세점 업계는 엔데믹 분위기에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객단가가 높은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여전히 돌아오지 못하면서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객단가는 70만~100만원 가량에 달한다.
이런 이유로 면세업계는 중국인 단체관광객 입국 허용은 단비와도 같다. 다만 중국의 경기 침체로 구매력이 줄어든 데다 애국 소비 등의 여파로 한국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예전 같지 않은 만큼 마케팅 전략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한국행 단체관광을 허용한 것은 굉장히 고무적인 일임에는 틀림 없다"면서도 "하지만 중국인들의 구매력이 이전보다 떨어졌기 때문에 매출이 사드 이전 수준으로 회복할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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