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톡] 리얼과 예능 사이…과몰입하면 더 재밌는 '좀비버스'
*해당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어느 날 서울 한복판에 좀비가 나타난다면? 연예인 10인이 망해버린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발칙한 상상력에서 시작된 또 다른 세상, '좀비버스'가 열렸다.
지난 8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좀비버스'(연출 박진경·문상돈)가 공개됐다. '좀비버스'는 어느 날 갑자기 좀비 세계로 변해버린 서울 일대에서 퀘스트를 수행하며 살아남아야 하는 좀비 유니버스 예능 프로그램이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 '개미는 오늘도 뚠뚠'의 박진경 CP와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거침마당'의 문상돈 PD가 연출을 맡았다.
좀비로 가득 찬 세상에서 홍대 밤거리와 시골 마을, 월미도를 오가며 생존을 도모할 연예인들로는 노홍철, 박나래, 딘딘, 츠키, 유희관, 조나단, 꽈추형(홍성우), 이시영, 덱스가 낙점됐다.
'좀비버스'를 향한 반응은 뜨겁다. OTT 서비스 집계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좀비버스'는 공개 3일만인 오늘(11일) 국내 넷플릭스 시리즈 순위 1위에 올랐고, 전 세계적으로도 10위를 기록했다.
'연애 예능 프로그램 촬영 중'이라는 설정으로 시작된 '좀비버스' 1회. 노홍철, 박나래, 딘딘, 츠키, 이시영은 달려드는 좀비들을 피해 승합차를 타고 달아나려 하고, 주유소에서 탈출 퀘스트까지 무사히 수행하며 나머지 멤버들과 조우한다.
이후 도시를 벗어나 여정을 떠나는 이들. 그 과정에서 좀비가 나타나게 된 원인이 드러나고, 여러 NPC들과 관계를 맺으며 멤버들 간의 복합적인 갈등 상황이 그려지기도 한다.
'좀비버스'는 예능과 드라마의 경계선에 걸쳐 있는 작품이다. 대본 없는 리얼리티 예능을 표방하나, 제작진 측이 마련한 '잘 짜인 로드맵'대로 시나리오가 흘러간다.
출연진들은 실제 같은 좀비 배우들의 끔찍한 모습과 열연에 절로 과몰입하지만, '드라마가 아닌 예능'이라는 것을 시청자에게 환기시키듯 심각한 장면에도 피식하게 되는 개그를 치며 딱딱한 분위기를 푼다. 마치 드라마에서 제4의 벽을 허무는 것 같은 캐릭터들의 역할을 한다.
마치 시청자도 함께 게임을 수행하듯 몰입하게 만드는 구어체 자막과 내레이션, BGM도 적재적소에 쓰인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 '두니아' 등의 실험적이고 신선한 설정의 예능을 주로 제작해 온 박진경 PD의 감각이 여실히 드러난 연출이었다.
퀘스트 수행 중 반좀비가 되어버린 박나래, 꽈추형과 '밉상 캐릭터'로서 활약한 노홍철, 딘딘의 대립 구도 설정도 '좀비버스'를 100% 리얼리티가 아닌 , 하나의 서사가 있는 드라마로서 보게 하는 장치다. 이들 말고도 출연진 개개인의 캐릭터성이 겹치지 않고,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게 제 몫을 해냈다는 점이 캐스팅이 성공적이었음을 입증했다.
출연진의 과몰입은 밸런스를 해치지 않는 적정 선에서 이뤄진다. 탈출이라는 목표 하나로 시종일관 진지한 덱스, 이시영의 활약상, 예능적 상황을 만들어내는 데 능한 노홍철과 박나래의 예능감이 '좀비버스'가 리얼리티 예능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하도록 만든다.
또한 배우 이준혁, 코미디언 김병만 등 NPC들의 특별출연도 반갑다. 이들 역시 좀비 세계관에 과몰입하며 리얼함을 배가시켰다.
다만 이미 많은 영화, 드라마를 통해 '좀비 콘텐츠'에 익숙한 시청자들에게는 '좀비버스'가 다소 싱거울 수 있다. 퀘스트의 난이도가 다소 쉽게 느껴진다는 점, 진지해지는 분위기에 웃음이 개입되는 상황 설정 등 '좀비버스'가 코믹 예능임을 계속 인지하지 않는다면 "몰입이 방해된다"고 느낄 만하다.
설정이 지나치게 작위적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그럼에도 최종 탈출이라는 도착점에 다다르기 위해선 제작진의 로드맵 안에서 움직여야 한다는 제약이 있기에 감안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iMBC 백승훈 | 사진제공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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