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 생명체들이 펼치는 빛의 향연[책과 삶]
아무도 본 적 없는 바다
에디스 위더 지음·김보영 옮김
타인의 사유 | 352쪽 | 1만9800원
해가 닿지 않는 심해는 빛이 없을 것이라고들 생각했다. 1950년대 과학자들은 광 탐지 장치를 해저로 내려보냈을 때 깜짝 놀랐다. 햇빛만 기록될 줄 알았는데 수심 300m 아래로 더 내려가자 다른 빛이 기록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곳에선 아주 작은 자극만 있어도 연쇄적으로 펼쳐지는 빛의 소용돌이가 일어났다. 바닷속에 얼굴만 살짝 담그는 스노클링만 해도 화려한 물고기를 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데 심해에서 펼쳐지는 생명체들의 빛의 향연은 상상 밖이다.
과학자이자 탐험가인 테드(TED) 인기 강연자인 에디스 위더는 책 <아무도 본 적 없던 바다>에서 경이로운 심해 속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저자는 어둠 속 생명체들이 내뿜는 빛의 향연을 ‘디즈니랜드의 불꽃 퍼레이드’ ‘미국 7·4 독립기념일 불꽃놀이’에 비유했다.
저자는 연구실 삼각 플라스크에서 발광 와편모충을 통해 빛을 내는 생물을 처음 마주했다. 어둠 속에서 플라스크 가장자리를 따라 반짝이는 액체 소용돌이에서 눈부신 푸른빛이 뿜어져 나온 순간이었다. “숨이 턱 막혔다.” 저자가 의사에서 해양 탐사학자로 진로를 바꾼 지점이었다.
책은 저자의 흥미진진한 모험과 과학적 지식이 결합된 에세이다. 바다 생물들이 빛을 발하는 법, 홈볼트 오징어와 마주한 이야기, 한번도 촬영된 적 없는 대왕오징어를 촬영하기까지의 여정, 금지된 구역 쿠바 바다에 들어간 일 등 해양 탐사를 하면서 겪은 놀라운 모험담을 하나씩 들려준다.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척추 수술을 받고 실명과 죽음 직전까지 갔던 개인적 경험은 물론 잠수정에 물이 들어와 죽을 뻔했던 경험도 담겨 있다.
저자가 바다 탐험에 관한 책에서 병원에 수개월 입원하며 생사를 넘나든 경험을 말한 이유는 따로 있다. 죽음의 문턱에서 불확실한 미래를 곱씹기보다 당장 정신을 차리는 데만 집중했고 그래서 살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많은 환경보호론자들이 지구 파멸의 경고음만 강조한다. 저자는 이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낳는다고 주장한다. 마틴 루서 킹이 민권운동을 독려한 연설은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이지 ‘나에게는 악몽이 있습니다’가 아니라는 것. 바닷속에서 무수히 일어나는 경이로운 현상을 우리 시야에 담고 교감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한다. “대체 저 아래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쉬운 문체와 생생한 묘사가 담긴 책은 저자와 함께 심해를 유영하는 느낌이 들게 만든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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