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前수사단장, 軍검찰 조사 거부 … 진실공방 정치권 확전

김성훈 기자(kokkiri@mk.co.kr), 서동철 기자(sdchaos@mk.co.kr) 2023. 8. 1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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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압이냐 항명이냐 … 故채수근 사건 수사 엇갈린 주장
朴대령 "외압·부당지시
제3 기관서 수사 받겠다"
해병대 "지시 어겨 유감"
野 "DP2 연상돼 소름끼쳐"
與 "3류 정치인 흉내 말라"
고(故) 채수근 상병 수사와 관련해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1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 앞에서 입장문을 읽고 있다. 연합뉴스

고(故)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을 둘러싸고 국방부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간 진실 공방이 날로 거세지며 정치 쟁점화하고 있다.

양측이 사건과 관련한 조사 외압과 항명 여부에 대해 엇갈린 주장을 이어가는 가운데 여야 의원들이 참전하며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항명 혐의로 군 검찰에 입건된 박 대령은 11일 국방부 소환조사를 거부하고 국방부에서 사건을 축소하라는 외압을 받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박 대령은 국방부 검찰단 건물 앞에서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외압을 행사하고 부당한 지시를 한 국방부 예하 조직으로 공정한 수사가 이뤄질 수 없다"면서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를 명백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그는 조사 결과를 해병대사령관, 해군참모총장,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보고한 이후 국방부 법무관리관에게 수차례 외압과 부당한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찰에 사건을 이첩한다는 사실을, 이첩하기 전 해병대사령관에게 보고하고 그에 따라 적법하게 사건을 이첩했다"고 밝혔다. 군 검찰이 자신에게 적용한 '집단항명 수괴' 혐의가 부당하다는 해명이다. 박 대령은 "해병대사령관이 자신에게 명시적으로 사건 조사 결과에 대한 '이첩 대기'를 명령했을 시점에는 이미 이첩 절차가 이뤄지던 도중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국군통수권자로서 한 사람의 군인의 억울함을 외면하지 마시고, 제가 제3의 수사기관에서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청원한다"고 덧붙였다.

해병대사령부는 반박 입장을 내고 박 대령 측에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해병대는 "해병대사령관은 7월 31일 정오쯤 고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 조사 자료에 대한 경찰 이첩을 보류하고, 국방부 법무검토 후 이첩하라는 지시를 장관에게서 수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에 따라 해병대사령관은 당일(7월 31일) 오후 4시 참모회의를 열어 '8월 3일 장관 해외 출장 복귀 이후 조사 자료를 보고하고 이첩할 것'을 수사단장(박 대령)에게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박 대령이 해병대사령관의 이첩 대기 지시를 의도적으로 어기고 조사 결과를 원안 그대로 경찰에 이첩했다는 것이다.

앞서 군 당국은 해병대 수사단 측이 작성한 조사 결과와 국회·언론 설명 자료에 사건 관련자들의 범죄사실이 지나치게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어 향후 경찰 수사에 선입견을 줄 수도 있다고 판단해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방부 검찰단도 이날 박 대령의 수사 거부에 대해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방해하고 사건의 본질을 흐리게 만들어 군의 기강을 훼손하고 군사법의 신뢰를 저하시키는 매우 부적절한 행위"라고 꼬집었다.

박 대령은 이날 오후 해병대 정복 차림으로 KBS와 인터뷰를 갖고 "집단 항명의 수괴라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국방부는 "박 대령이 수사는 거부하면서 규정을 위반해 모 방송사 생방송에 임의로 출연해 사실이 아닌 내용을 일방적으로 허위 주장한 것은 군인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어서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행위"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박 대령이 방송에서 '법무관리관이 혐의, 죄명을 빼라고 했다' '안보실에서 언론 설명자료를 요청한 것은 외압 소지가 있다'고 발언한 내용에 대해 "근거 없는 명백한 허위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야당은 박 대령을 엄호하며 윗선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채 상병 사건에 대한 진상을 명백히 밝히고 책임을 묻겠다"며 "더는 정부 수사 결과를 믿을 수 없는 만큼 국회가 나서야 한다. 국방위원회를 신속히 열어 수사 은폐나 방해 의혹의 진상을 낱낱이 밝혀내겠다"고 말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넷플릭스 시리즈 'D.P.'를 언급하며 "원칙과 소신을 지킨 군인을 보직 해임시키고, 수사권도 없는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관하도록 지시한 것은 'D.P. 시즌2'의 오민우 준위와 구자운 법무실장이 연상될 정도로 소름 끼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박 대령에게 "3류 정치인 흉내를 멈추고 당당히 조사에 응하라"고 비판했다. 신 의원은 "(박 대령의 항명 혐의는) 문재인 정권하 정치 보복성 수사와는 질적으로 다른 순수 군기 관련 사건임을 박 대령 스스로가 잘 알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훈 기자 / 서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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