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 中부동산업계, 연쇄 도산 공포

손일선 특파원(isson@mk.co.kr) 2023. 8. 1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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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개발업체 비구이위안
상반기에 최대 10조 손실
연말까지 내야할 이자 7조
주가도 고점대비 70% 폭락
헝다 이어 부실 민낯 드러나
中당국 관련회의 긴급 소집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에 직면한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이 올해 상반기 최대 10조원 규모의 손실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비구이위안이 실제로 디폴트에 빠질 경우 부동산 업계의 연쇄 도산이 현실화되면서 중국 부동산 시장이 급격하게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비구이위안홀딩스는 전날 홍콩 증시 공시를 통해 상반기 순손실이 450억∼550억위안(약 8조2000억~10조원)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중국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비구이위안은 지난해 61억위안(약 1조1000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2007년 홍콩 증시에 상장된 후 15년 만에 첫 적자다.

올해 들어서는 상황이 더 악화됐다. 상반기 적자 예상액이 지난해 전체 손실액의 10배에 육박하는 규모까지 커진 것이다. 비구이위안은 "최근 매출과 차환 환경 악화로 회계장부상 가용 자금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며 "이 때문에 단계적으로 유동성 압력이 초래됐다"고 밝혔다.

앞서 비구이위안은 지난 7일 만기가 도래한 액면가 10억달러 채권 2종에 대한 이자 2250만달러를 갚지 못하면서 디폴트 우려가 커졌다. 30일간 유예기간에도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면 디폴트에 빠지게 된다.

이번 달러 채권 이자를 유예기간 내에 상환한다고 해도 앞으로 유사한 위기 상황이 계속 재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비구이위안이 연말까지 지급해야 하는 이자가 모두 57억6000만달러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비구이위안의 총 부채액은 지난해 말 기준 1조4000억위안(약 255조원)이다.

비구이위안 자금난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비구이위안 주식과 채권 가격이 폭락했다.

이날 홍콩증시에서 비구이위안 주가는 장 초반에 15% 가까이 급락하면서 주당 0.89홍콩달러까지 하락했다가 약간 회복해 주당 0.98홍콩달러에 마감했다. 비구이위안 주가가 1홍콩달러 밑으로 내려간 건 상장 이후 처음이다. 올해 초 고점과 비교하면 주가가 70%가량 폭락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비구이위안의 달러 표시 채권 가격은 지난달에만 59% 떨어졌다.

디폴트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비구이위안 신용등급을 'B1'에서 'Caa1'로 세 계단 하향 조정했다.

중국 부동산 시장이 급격하게 냉각되던 때에도 비구이위안은 상대적으로 건실한 재무 상태를 보여줬다. 지난해에는 중국 국유 은행이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시범적으로 선정한 '우량 부동산 기업'에도 이름을 올렸다.

비구이위안의 디폴트가 현실화되면 중국 부동산 시장의 신뢰도가 급격히 붕괴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중국 당국도 직접 구원투수로 등판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블룸버그는 해당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가 이날 부동산 관련 회의를 긴급 소집해 비구이위안 등 부동산 업계 관계자와 관련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번 회의는 리오프닝 후에도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중국 부동산 시장을 되살리기 위해 중국 당국이 실시하는 의미 있는 노력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양후이옌 비구이위안 회장이 위기 해소를 위해 사재를 출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양궈창 비구이위안 창업자의 둘째 딸인 양후이옌은 한때 아시아 최고의 여성 부호로 꼽혔던 인물이다.

블룸버그는 "양 회장은 비구이위안 서비스 주식 보유분에 대한 배당 2800만달러가량을 곧 받을 예정인데, 이 자금이면 디폴트 우려를 야기한 달러 채권의 이자를 지급할 수 있다"고 전했다. 2021년 중국에서 규모가 큰 부동산 개발사 중 하나인 헝다의 자금난 때도 쉬자인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위기를 넘겼던 만큼 양 회장도 이와 유사한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게 블룸버그 관측이다.

[베이징 손일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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