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앞둔 HMM … 곳간의 현금12조가 변수

오수현 기자(so2218@mk.co.kr) 2023. 8. 1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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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말 현금보유 시총 1.5배
FI 손잡은 하림·SM·동원
인수후 투자금회수에 우려
자체 자금조달 가능한 기업
등장때까지 매각늦춰질수도

HMM이 보유한 막대한 현금이 이 회사 인수전에서 재무적투자자(FI)의 입지를 좁히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매각 주체인 정부가 투자금 회수를 최대 목표로 하는 FI에 HMM을 매각하면 곳간 현금 빼가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어서다.

현재 인수전 참여를 공식화한 하림, 동원, SM은 FI와 손잡고 대규모 투자금을 마련하려 하고 있어, 결국 자체 자금 조달 능력을 갖춘 탄탄한 전략적투자자(SI)가 등장할 때까지 매각이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11일 HMM이 공시한 올 2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규모는 12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재무제표에서 '현금 및 현금성 자산' 항목과 '기타유동금융자산(단기금융상품 등)' 항목 수치를 합산한 액수다. 이 같은 보유 현금 규모는 이 회사 시가총액(8조5000억원)의 150%에 이르는 액수다. 시총을 훌쩍 뛰어넘는 현금 보유액이 당장 이번 인수전에서 FI의 구미를 당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HMM 대주주인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HMM 구주와 더불어 1조원 규모 영구채도 주식으로 전환해 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매각 대상 지분은 57.9%에 이르게 된다. 최근 시가를 기준으로 한 지분 가치는 5조원이고,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한 매각가는 6조원 안팎으로 거론된다.

FI 측에선 일단 인수만 하면 인수 가격의 2배에 이르는 내부 현금을 활용해 투자금을 수월하게 회수할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이는 매각 주체인 정부 측에서 우려하고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인수·합병(M&A) 업계 관계자는 "해운업은 국가 기간산업인 데다 친환경 선박으로의 전환기를 맞아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야 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현재 거론되는 인수 후보가 모두 FI와 손잡고 인수자금을 마련하려 하는 점에 대해 정부 측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실제 하림은 사모투자펀드인 JKL파트너스와 손을 잡았고, SM과 동원도 사모투자펀드와 함께할 공산이 크다. 이들 기업이 자체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현금 규모는 최대 1조~1조5000억원에 불과한 탓이다.

결국 FI에 의지해 외부 투자금과 차입금을 대거 조달해야 하는 것이다. 이는 차입매수(LBO) 같은 노골적인 곳간 빼먹기 인수 방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전준수 전 부산항만공사 항만위원장은 "HMM의 10조원이 넘는 이익유보금이 인수전 흥행을 위한 유인책으로 사용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HMM 매각 예비입찰 마감이 오는 21일로 임박한 가운데 현재까지 예비입찰 서류를 받아간 곳은 하림과 동원 두 곳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12조원이 넘는 HMM의 현금 보유액 때문에 FI 의존도가 높은 기업에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들다는 얘기가 산은과 해진공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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