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도 車도 순식간에 삼켰다”…태풍 뒤 찾아올 ‘도로 위 암살자’ [최기성의 허브車]

땅꺼짐·도로파임, 7~8월 집중 발생
집중호우와 태풍 지나간 뒤 더 조심

싱크홀에 빠진 차량. 자료사진 [사진제공=당진소방서]

#동원은 11년만에 서울에 ‘내 집 마련’ 꿈을 이뤘다. 행복한 순간도 잠시, 순식간에 내집이 통째로 사라졌다. 지하 500m 싱크홀이 그의 꿈이자 전부를 삼켰다.

2년 전인 지난 2021년 8월 개봉한 국내 영화 ‘싱크홀’ 내용이다. 싱크홀은 땅 아래에 생긴 빈 공간 때문에 커다란 웅덩이나 구멍이 생기는 현상을 뜻한다. ‘땅꺼짐’이라 부른다.

싱크홀은 극적인 효과를 만드는 영화에서만 존재하지 않는다. 세계적으로 삶의 터전을 위협하는 재난으로 떠올랐다.

해외에서도 사람은 물론 차량과 집까지 삼키는 싱크홀이 종종 발생한다. 국내에서도 영화의 소재가 될 만큼 종종 발생한다.

싱크홀, 국내서 연평균 900건 발생

영화 ‘싱크홀’ [사진출처=영화 장면 캡처]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1년에 평균 900건, 하루 평균 2.6건의 크고 작은 싱크홀이 발생한다.

싱크홀 영화가 상영되던 2021년 9월에도 충남 당진의 한 주차장에서 승용차가 빠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지난해에도 서울 강서구 마곡동 공사 현장 부근에서 20대 여성이 싱크홀에 빠져 팔과 다리를 다쳤다.

지난달에도 부산 북구의 한 도로에서는 레미콘 차량 1대가 가로 1m·세로 3m 싱크홀에 뒷바퀴가 빠졌다.

도로파임 [사진제공=서울시]

싱크홀만큼은 아니지만 교통사고나 차량손상을 일으키는 포트홀도 위험하다. 포트홀은 도로가 파손돼 냄비(pot)처럼 구멍이 파인 곳이다. ‘도로 파임’이라고도 부른다.

포트홀은 차량을 손상시킨다. 포트홀을 피하려다 교통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 게다가 비가 내릴 때나 어두울 때는 잘 보이지 않아 더 위험하다.

‘도로 위 암살자나 지뢰’로 불리는 싱크홀과 포트홀은 집중호우가 쏟아지는 7~8월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도로 균열을 통해 스며든 빗물이 도로 아래 흙과 모래를 쓸어내기 때문이다. 태풍 때문에 폭우가 쏟아진 뒤에도 피해를 일으킨다.

올해도 싱크홀·포트홀 경보가 울렸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장마 기간 극심한 강우와 폭염으로 도로파임 등 포장 파손이 지난해(3300여건)보다 2.5배 많은 8600여건으로 증가했다. 전국에 폭우를 쏟아부은 태풍 ‘카눈’이 오기 전에 조사한 결과다.

‘도로 위 암살자’ 대처법

도로파임 [사진출처=연합뉴스]

도로 위 암살자를 피하려면 규정 속도를 준수해야 한다. 비가 내리거나 밤에는 감속 운전해야 한다. 포트홀을 좀 더 쉽게 발견할 수 있고 좌우 도로 상황을 보며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쪽에 싱크홀이나 포트홀이 보이면 비상등을 켜 주위 차량에 조심하라는 신호를 보내주면 더 좋다.

도로를 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나 한국도로공사에 신고하면 추가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포트홀을 어쩔 수 없이 통과해야 한다면 비상등을 켠 뒤 속도를 줄여 천천히 넘어간다. 급회전과 급정지는 금물이다. 추돌 사고를 일으킬 수 있어서다.

포트홀을 모르고 통과해 ‘꽝’ 소리와 강한 충격이 발생했다면 타이어나 휠 상태를 살펴본다. 타이어나 휠에 문제가 있거나 조향이 이상하다고 느끼면 보험사 긴급출동서비스를 이용해 차량을 견인해야 한다.

차량이 손상됐다면 자동차보험 자기차량손해담보(자차보험)로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다.

자차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한국도로공사, 지방자치단체 시설관리공단 등 도로 관리주체에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단, 모든 사고를 보상·배상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위치, 크기, 주행 속도, 운전자의 안전 수칙 준수, 날씨, 시간 등을 모두 따져 보상·배상 여부나 한도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사고 장면을 기록한 블랙박스 메모리, 손상 발생 당시 촬영한 사진, 정비업체 수리 견적서 등을 가지고 있으면 보상·배상받을 때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