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필리핀 해경에 물대포... 정부 “긴장 고조 우려” 이례적 입장 표명
중국 해경이 최근 남중국해에서 필리핀 해경선에 물대포를 발사한 것 관련 주(駐)필리핀 한국대사관(대사 이상화)이 “긴장 고조 행위에 우려를 표한다”는 입장을 냈다. 외교부 본부가 아닌 재외공관 차원의 입장 표명이기는 하지만, 정부가 중국이 민감해하는 남중국해 문제 관련 직접적인 우려를 나타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18일(현지 시각)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의를 열흘 앞두고 발표한 점도 주목된다.
대사관은 9일 페이스북에서 “남중국해에서 필리핀 해경선을 향한 최근 물대포 사용과 관련해 이 해역에서 긴장을 고조하는 행위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며 “대사관은 중요한 해상 교통로로서 남중국해의 평화, 안정 및 규칙에 기반한 질서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한다”고 했다. 이어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을 비롯한 국제법 원칙에 기반한 항행(航行)의 자유를 지지한다”고 했다.
대사관이 이날 낸 입장은 원칙적인 것이지만 지난 5일 중국 해안경비정이 필리핀 군용 물자 보급선을 향해 물대포를 쏴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정부는 “남중국해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를 지지한다”는 입장인데, 그동안 구체적인 현안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을 삼다. 이 때문에 재외공관 차원의 발표로 ‘수위 조절’은 했지만 한국도 인도·태평양 지역의 책임 있는 당사국으로 중국을 의식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특히 이번 입장은 한·미·일 정상회의를 열흘 앞둔 시점에서 나온 것이다. 이번 회의에선 대만 문제, 남중국해·동중국해에서의 항행의 자유, 탈(脫)중국을 위한 공급망 강화 등 중국이 민감해하는 문제들이 두루 의제에 올라있다. 중국이 동남아에서 베트남 등 거의 모든 국가들과 영토 분쟁을 빚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우리 정부가 입장 표명 할 일이 더 많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필리핀은 지난해 6월 마르코스 주니어(봉봉 마르코스) 대통령이 당선된 뒤 외교·안보 분야에서 미국과 밀착하고 있다. 1992년 대부분의 미군이 철수했지만 남중국해 스프래틀리군도(중국명 ‘난사군도’)를 둘러싸고 중국과 영토 분쟁이 첨예해지자 2014년 미국과 방위협력확대협정을 맺어 미군의 순환 배치를 허용했다. 올해 2월에는 루손섬 북부의 해군기지 등 대만과 가까운 해군기지 3곳을 개방해 미군이 사용할 수 있게했다. 외교 소식통은 “한국과는 여러 분야에서 궁합이 맞는 파트너기 때문에 향후 인·태 지역에서 협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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