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혜진의 막전막후] 치수(治水)에 실패하는 이유
매년 돌아오는 장마지만 대비가 완벽했던 적은 없었다. 대형 사고가 매번 난다. 작년에는 서울 강남역 일대가 물바다가 됐고, 올해는 오송 지하차도 침수로 참변이 났다. 항상 '역대급' 물폭탄, '이례적' 강수량이 홍수 원인으로 거론되지만 물이 넘쳐서 탈이 나는 원리 자체는 그대로다. 대비가 더 치밀했더라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거란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폭우가 한바탕 휩쓸고 난 뒤 대책으로 제시되는 내용도 엇비슷하다. 제방과 배수로를 보강하고 폭우 시 대피 안내를 더 빠르게 하겠다는 내용이다.
대책만 놓고 보면 일단 든든해 보이지만 이듬해 피해가 반복된다. 기껏 만들어 둔 대책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탓이다.
민가와 가까워 한 번 넘치면 피해가 큰 지방하천은 정비 강화가 홍수 대책에 단골로 포함되지만 정비율이 아직까지 49%에 불과하다.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국가하천 정비율 79%보다 훨씬 낮다.
지방하천 정비가 미흡한 것은 지방자치단체에서 큰 관심이 없고 예산 투입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하천은 원래 중앙정부가 관리하다가 2020년부터 지자체로 관할이 넘어갔다. 지방하천 정비사업 등 80개 사업이 지자체로 이양되면서 국세인 부가가치세 일부를 지방세로 전환해 이양된 업무에 필요한 재정을 확보해줬다. 하지만 금액 자체가 한정적인 데다 재원 중 지방하천 정비에 꼭 얼마를 써야 한다는 꼬리표가 붙어 있지 않다 보니 지자체장 성과로 잡히기 좋은 사업에 재원을 우선 쓰고, 지방하천 정비는 후순위로 밀리는 일이 반복돼 왔다.
지방하천을 정비한다고 해도 강폭 확장이나 준설, 제방 축조 등 범람 방지가 아닌 강변 산책로 정비 등 환경미화사업에 몰두한 점도 피해를 키우고 있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잘해야 본전이라는 인식이 있는 치수 사업보다 성과가 바로 나오는 친수 사업이 더 '가성비 좋은' 투자 대상이어서 발생한 일이다.
작년 포스코 포항제철소 침수를 유발한 포항 냉천 범람 역시 냉천 정비가 친수 사업에 집중되면서 폭우를 버텨내지 못한 게 원인이었다.
또 홍수 피해가 발생하면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고 지자체가 복구 예산을 지원받는 점을 이용해 평소에는 지방하천 정비에 손놓고 있다가 지원금으로 부랴부랴 땜질식 정비를 하는 경우도 많았다.
주민 생명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더 적극적으로 홍수 대비 인프라 구축에 나서야 한다. 제방과 차수벽을 강화하고 그럼에도 물이 넘치는 경우를 대비해 예보 시스템의 정확도와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사후 복구보다 사전 예방이 중요하다. 어차피 쓸 돈이라면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투입하는 게 낫다. 재정당국도 이 점을 고려해 재정 투입의 우선순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홍수 대책이 잘 추진되고 있는지 감시가 잘 이뤄지지 않는 점도 문제다. 폭우는 짧은 기간 피해를 입히고 지나가는 만큼 금세 과거 일이 돼 버린다. 주민 관심에서 멀어진 일은 지자체나 정부도 별 관심을 갖지 않는다. 당사자인 주민들이 나서서 꾸준히 감시해야 한다.
[홍혜진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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