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수의 책과 미래] 희망을 품으라, 내일을 위해 행동하라
태풍 카눈이 큰 피해를 남겼다. 한반도 상륙 직전, 세력이 약해져서 불행 중 다행이었다. 이 태풍은 발생 후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경로를 밟았다. 지구 열대화 탓일 테다. 뜨거워진 바다, 녹아내린 빙하, 높아진 해수면은 인류를 전혀 경험하지 못한 세상으로 몰아가고 있다. 앞으로 우리는 이런 비정상의 정상을 수없이 견디면서 살아야 할 것이다. 앞을 보면 캄캄한 어둠뿐이다.
그러나 '희망의 책'(사이언스북스 펴냄)에서 세계적 환경운동가 제인 구달은 부사 하나를 부적처럼 들어서 어둠을 빛으로 바꾼다. 희망의 부사인 '아직'이다. 이순신이 "저에겐 아직 배가 열두 척이 남아 있습니다"라고 말했듯, 구달은 우리가 망친 이 지구를 치유할 시간의 창문이 아직 닫히지 않았다고 말한다. 역경을 딛고 더 나은 삶을 이루어내는 희망은 생존의 본질로, 우리 유전자에 새겨진 마음의 자질이다. 희망은 낙관이나 이상이 아니다. 낙관은 막연히 잘될 거야 하는 마음이고, 이상은 모든 게 공정하거나 선하리라는 어렴풋한 기대일 뿐이다. 무거운 고난이 덮쳐오면, 이들은 쉽게 비관이나 부정으로 변한다. 그와 달리, 희망엔 한계가 없다. 희망은 아무 가망 없어 보일 때도 악과 싸워서 좋은 세상을 이룩하려는 마음이다. 희망은 "고통을 견디면서 살아남은 것들의 특징"이다.
구달은 아직 희망을 잃지 않아도 될 네 가지 이유를 든다. 인간의 놀라운 지능, 자연의 회복 탄력성, 젊음의 힘, 굴하지 않는 정신력이다. 문제를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해결하는 힘이 있기에 우리는 지구를 살릴 혁신적 해결책을 찾을 수 있고, 최악의 손상을 견디고 언제나 다시 일어나는 자연의 끈질긴 생명력을 믿기에 우리를 자연히 회복할 수 있게 도울 수 있다. 또한 더 좋은 세상을 위해서 열정을 다하는 청년이 있기에 우리는 미래를 보살피는 일에 뛰어들 수 있고, 고난에 굴복하지 않는 영혼의 힘이 있기에 우리는 언뜻 불가능한 일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다.
희망과 행동은 서로를 보충한다. 더 좋은 삶을 바란다면 노력과 행동은 필수다. 실천 없이는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 까닭이다. 그러나 밝은 앞날을 떠올릴 수 없다면, 아무도 행동에 나서지 않을 테다. 희망은 우리 안에 강한 마음을 일으키고, 그 마음이 있어야 아주 작은 가능성에도 수고를 아끼지 않을 수 있게 만든다.
희망은 고뇌의 시간에는 위안을, 불안의 시간에는 방향을, 공포의 시간에는 용기를 불어넣는다. 우리 각자는 미미한 존재에 불과하나, 오늘 우리가 행하는 작은 행동과 노력은 결국 더 나은 세상의 거름이 된다. 그러니 희망을 품으라, 내일을 위해 행동하라.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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