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수사단장 “안보실장이 수사보고서 보고 싶어 한다고 했다”[일문일답]

유새슬 기자 2023. 8. 11.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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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검찰단 앞에서 입장문 읽고 질의응답
“법무관리관, 대대장 이하로 한정하라고 했다”
해병대 수사단장으로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한 박정훈 대령이 11일 국방부 검찰단 앞에서 소환조사 거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된 박 대령은 이날 국방부 검찰단에서 2차 소환조사를 받을 예정이었다. 유새슬 기자

집중호우 수색 중 순직한 채수근 상병 사건을 수사하다 해병대 수사단장에서 보직해임된 박정훈 대령은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이 여러 통로를 통해 조태용 안보실장에게 보고해야 한다는 이유로 수사보고서를 수차례 요구했다고 11일 주장했다. 박 대령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언론 브리핑 자료라도 (안보실에) 전달하라고 해서 “도저히 거절할 수 없었다”며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지시 역시 거부했어야 맞다”고 말했다.

박 대령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지난 9일 실명 입장문을 발표한 박 대령은 이날 해병대 군복을 입고 카메라 앞에 섰다. 거수 경례를 한 뒤 큰 소리로 미리 준비한 입장문을 읽어 내려가던 박 대령은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수사에 최선을 다했고 그 결과를 해병대 사령관, 해군참모총장,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대면 보고했다”고 말할 때에는 고개를 들어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했다. 변호인단과 동행한 박 대령은 30분 가까이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박 대령은 지난달 30일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이하 총 8명의 간부가 혐의자로 적시된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결과보고서를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하고 결재받았다. 수사단은 수사 결과를 요약해 31일 언론에 브리핑할 계획이었다. 30일 오후 안보실의 요청으로 언론브리핑 자료를 보냈는데 31일 오전 돌연 해병대 사령관으로부터 브리핑 취소 통보를 받았다. 여기까지는 국방부의 주장도 일치한다. 다음은 박 대령과의 일문일답.

-지난달 31일 안보실 소속 모 대령을 통해 수사 혐의가 적시된 문서를 보내라는 지시를 받았을 때 보내도 괜찮겠다고 느꼈나.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지시 역시 거부했어야 맞다고 생각한다. (지난달 30일) 안보실에 나가 있는 해병 대령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장관 결재본을 좀 보내줄 수 없느냐, 안보실장이 보고 싶어 한다’고 하길래 수사 중인 사안이고 (안보실은) 수사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보내줄 수 없다고 거절했다. 사령관 주관으로 진행된 자체 회의 중에도 해병대 사령부 정책실장이 ‘안보실에서 수사 결과를 보기 원한다’고 하길래 그 자리에서도 그 사항은 안된다고 거절했다. 이후 이동하는 중 해병대 사령관이 전화로 ‘안보실에서 계속 요구하는데 수사 서류를 보내줄 수 없다면 내일(31일) 예정된 언론 브리핑 자료라도 좀 보내주면 안 되겠나’라고 말해서 도저히 거절할 수 없어서 ‘그렇게 하겠다’고 하고 브리핑 자료를 보내줬다.”

-안보실장이 보고서를 보고 싶다고 했다는 건가.

“안보실 관계자가 ‘안보실장한테 보고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조사 과정에서 ‘사단장 포함 윗선의 혐의를 빼라’는 지시를 직접적으로 받은 적 있나.

“사단장을 직접적으로 빼라고 지시받은 건 없다. 다만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저와 다섯 차례 통화하면서 ‘이 사건에 대해서 직접적인 과실이 있는 사람으로 한정하면 좋겠다’고 하길래 제가 ‘직접적인 과실이 있는 사람이라고 하면 물에 들어가라고 한 대대장 이하를 이야기하느냐’고 되물었고 유 관리관은 ‘그렇다’고 했다. 제가 ‘사단장이나 여단장이 충분히 사망에 직·간접적으로 과실 혐의가 있는 것이 수사 결과 확인됐고 그러면 충분히 (민간) 경찰에서 합리적인 판단과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결론적으로 직접적으로 사단장을 빼라는 얘기는 없었지만 직접적인 과실이 있는 사람으로 한정하라는 의미는 묵시적으로 사단장을 빼라는 의미로 느꼈다. 계속 대화가 길어지니까 제가 ‘그러면 사단장을 빼라는 얘기냐’라고 되묻기도 했다. 유 관리관은 답하지 않았다.”

-대대장 이하라면 초급 간부도 포함되는 것 아닌가.

“그렇다. 현장 간부가 포함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유 관리관이 박 대령과 통화할 때는 수사보고서에 어떤 직급의 혐의자들이 담겨있는지 모르는 상태였다고 해명했다. 단지 채 상병 사망과 직접적인 과실이 있는 사람만 적시하는 것이 법리상 적합하다는 원칙을 말했을 뿐이며 이를 들은 박 대령이 그 범위를 ‘대대장 이하’라고 판단했다면 그 판단이 맞다는 취지로 ‘그렇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유 관리관과의 통화가 외압이라고 판단한 이유는.

“5차례 통화하면서 유 관리관이 ‘죄명 빼라’ ‘혐의사실 빼라’ ‘혐의자 빼라’고 하길래 제가 ‘지금하시는 말씀을 외압으로 느낀다. 제3자가 들으면 뭐라고 생각하겠나. 위험하다. 조심해서 발언하면 좋겠다’고 분명히 이야기했다.”

법무관리관실 관계자는 “유 관리관이 그런 지시를 할 위치에 있지 않다”며 “혐의 사실을 빼는 것처럼 다양한 방식이 있다는 것을 설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해병대 사령관으로부터 사건의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는 명시적인 지시를 받은 적이 있나.

“저는 해병대 사령관의 명을 생명처럼 생각한다. 사령관은 명시적으로 보류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 7월31일 오후부터 8월1일 오전, 오후, 저녁까지 계속 회의가 있었다. (혐의사실 내용을 수정하라는) 국방부로부터의 외압에 대해서 도대체 어떻게 하면 좋겠는지를 논의했다. 사령관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될지 계속 고민하셨다. 사건이 이첩되는 날(2일) 오전 10시 직접 사령관실에 들어가서 지금 (수사단 소속 제1광수대장이) 이첩을 위해 이동 중이라고 보고했다. 10시30분에 이첩한다는 사실은 사령관도 이미 알고 있었다. 사령관은 결론적으로 ‘알았다’고 했다. 오전 10시51분 사령관이 급하게 다시 전화 와서 이첩을 멈추라고 했다. 광수대장에 연락을 취했는데 그 때는 이미 이첩 중이었기 때문에 연락이 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저는 해병대 사령관으로부터 이첩을 보류하라는 명시적이고 알 수 있는 명확한 그런 지시는 받은 적이 없다.”

해병대 사령부는 입장문을 내고 “사령관은 31일 오후 4시 참모회의를 열어 수사단장에게 장관이 8월3일 해외 출장에서 복귀한 뒤 조사 자료를 보고하고 이첩하라고 지시했다”며 “박 대령이 현역 해병대 장교로서 사령관과 일부 동료 장교에 대해 허위사실로 일방적인 주장을 하고 있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반박했다.

-지난달 30일 이종섭 장관에게 보고할 때 이 장관이 사단장을 혐의자 목록에서 빼라거나 초급 간부에 대한 과잉 수사라는 취지로 발언했나.

“그런 발언을 한 적은 없다. 이 장관은 ‘사단장까지 형사 처벌 대상으로 하는 것이냐’고 질문했고 해병대 사령관이 ‘구체적인 물증과 정황이 있기에 경찰에 이첩해 수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이 장관은 ‘알았다’고 했다. 초급 간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국방부는 처음에는 초급 간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어느 순간 언론에 여러 가지 내용이 나오니 초급 간부를 언급하고 있다.”

국방부는 “장관께서 사단장도 처벌받아야 하냐고 질문한 사실이 없다”며 “여단장이 수차례 물에 들어가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수사 내용을 보고 이 장관이 박 대령에게 ‘여단장에도 혐의가 있는 것인가’ ‘그 근거가 있나’라고만 물었다”고 반박했다.

-신범철 국방부 차관의 지시사항을 사령관을 통해서 들은 바가 있나.

“사령관이 집무실에서 휴대폰을 보면서 차관의 지시사항이라면서 내용을 읽어줬다. ‘혐의 다 빼라’ ‘혐의 내용 빼라’ ‘수사 말고 조사라는 용어 사용해라’ ‘해병대는 왜 이렇게 말을 안 듣나’라는 문자였다. 일각에서는 차관께서 휴대폰 문자 기록을 제공했다고 하는데 사령관은 휴대폰이 두 개다. 개인 휴대폰도 있고 직책에 따른 비밀통화 휴대폰이 있다. 두 개를 포렌식하면 더 이상 논란이 없을 것 같다.”

신 차관은 기지국에서 문자 내역을 다 뽑아봤다며 “정말 (문자를 보낸 사실이) 없다. 해병대 사령관도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필요하다면 포렌식도 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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