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폭씨네 "필리핀 사람이 절보고 베트남 사람이래요…실제 부부냐는 오해 많죠"[TEN인터뷰]
3040뿐 아니라 10대 반응도 뜨거워
오해없이 이웃 이야기로서 즐겼으면
[텐아시아=류예지 기자]
유튜브에서는 요즘 개그맨들이 현실 속 상황을 익살스럽게 표현하는 콘텐츠가 대세다. '쇼박스', '너덜트' 등이 유명 채널이다. 넘쳐나는 개그 채널 가운데 독보적 캐릭터를 내세워 눈에 띄는 개그맨들이 있다. 유튜브 채널 '폭씨네'를 운영하는 박형민·김지영·정승우 개그맨이다.
이들은 시골을 배경으로 시골 총각과 필리핀 여성간 벌어지는 결혼 생활을 개그 소재로 삼았다. 차별화된 소재와 연기력 그리고 완벽한 케미(조합)를 선보이면서 유튜브 개그계의 주목받는 채널이 되고 있다. 방송계에서도 이들 콘텐츠의 차별성과 개그맨들의 재능을 눈여겨 보고 있다. 현재 구독자수는 14만명이지만, 세대를 뛰어넘어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11일 서울 중림동 한경텐아시아 사옥에서 유튜브 채널 '폭씨네' 멤버들과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개그맨 박형민은 궁포리의 이장이자 니퉁의 남편을 연기한다. 김지영은 필리핀 출신 아내 니퉁을 연기하며 독보적인 캐릭터를 구축했다. 다문화 관련 캐릭터는 과거 "사장님 나빠요"로 인기몰이를 했던 '블랑카' 이후 처음이다. 정승우는 궁포리의 청년회장을 맡아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필리핀 세부 출신 니퉁이 한국에 시집을 오게되면서 벌어지는 궁포리에서의 일상과 가족들과의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를 영상에 담아냈다.
재밌는 것은 이들의 '컨셉'을 진짜로 보는 시청자들이 아직까지도 많다는 점이다. 박형민은 "배경도 진짜 시골인데다가 니퉁이 실제 동남아 사람처럼 보이다 보니 정말 필리핀 며느리인줄 아는 시청자들이 많다"며 "남편이 아내에게 잘못하는 장면이 나오면 왜 멀리서 온 외국인 아내에게 왜그러냐는 악플이 달릴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 이들 채널 중 219만회 조회수를 기록한 '진짜 베트남인은 가짜 베트남인을 알아볼까'라는 영상에서는 니퉁이 베트남인인척 인터뷰를 진행하는 모습이 나온다. 실제 베트남 하노이 출신을 게스트로 섭외했는데 니퉁이 자신의 정체를 밝히기 전까지 한국인임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니퉁을 연기하는 김지영은 필리핀이나 베트남 사람으로 오해받는 게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 "힘든 건 웃기지 않을 때지, 오히려 개그맨으로서 내 캐릭터를 만들어 웃음을 줄 수 있는 게 좋다"고 답했다.
그는 "혜화역에서 열리는 필리핀 시장에 갔는데, 그곳에서 필리핀 분이 필리핀 사람보다는 베트남 사람처럼 생겼다고 하더라"라며 "처음부터 베트남 며느리로 갔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제와서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들이 워낙 연기를 실제처럼 하다보니, 웃지 못할 일도 생긴다고 한다. 채널 내 니퉁 시어머니 역할은 실제 박형민 모친이다. 극 중 완벽한 연기를 선보이며 '전문 배우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하는 일명 '박씨'도 박형민 부친이다. 심지어 니퉁의 동서, 즉 둘째며느리 역할을 맡은 배우는 사실 박형민의 실제 부인이다. 이들 조연들은 주연 못지 않은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인기를 얻었다.
프로그램 속 니퉁의 시어머님은 충남 보령에서 굴양식장을 운영하며 굴구이 식당을 운영한다. 실제 박형민 모친이 운영하는 식당이다. 박형민은 "유튜브를 보시고 실제 식당에 찾아와서 "며느리는 일 안하고 어디갔냐"며 찾기도 한다"고 했다. 박형민은 "굴식당을 물려받으면 니퉁이 아니라 실제 며느리인 둘째 며느리가 되지 않겠느냐"고 익살스럽게 말했다.
세명이 처음 다문화 가족을 개그로 풀어내게 된 건 우연에 가까웠다고 한다. 실제 고향이 충청남도 보령인 박형민은 "어릴 때부터 시골에서 크다보니 시골 감성을 좋아했다. 우연하게 김지영과 시골에 가게됐다가 갑자기 영상 콘텐츠가 찍고 싶었다. 거기서 '너 동남아 연기 할 수 있냐'며 시작하게 된 게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상덕역의 정승우는 "그건 다 니퉁 덕에 가능한 것"이라고 김지영의 외모를 치켜세웠다. 김지영이 동남아인처럼 생겨서 가능한 컨셉이었단 취지였다. 기자가 없었다면 상덕이 니퉁에게 한 대 맞을 법 했던 상황이었다.
실제 이 채널을 이끌어가는 가장 큰 힘은 동남아인 같은 외모의 김지영이었다. 그는 19살 개그콘서트 방청을 갔다가 개그맨의 꿈을 꾸고 오랜 기간 공채를 거쳐 SBS 신인 개그맨 공채 16기가 된 인물이다. 그는 "10년 전부터 동남아인 연기를 했었는데 그때는 인기가 없었다. 워낙 '다문화 고부열전' 프로그램을 좋아해서 재밌는 캐릭터가 나오면 따라 하곤 했다. 개그우먼이다 보니 이걸 캐릭터로 살리면 재밌겠다는 생각부터 들더라. 외모가 동남아 사람 같다는 말에 기분이 하나도 나쁘지 않다. 오히려 못 웃길 때가 속상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운전하면서 차에서 필리핀 회화를 계속 듣는다. 억양이랑 회화를 연습하려고 노력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다문화 관련 독보적 캐릭터가 되고 싶다는 게 그의 포부다.
상덕역의 정승우는 박형민과 같은 SBS 신인 개그맨 공채 15기 출신이다. 정승우는 고등학교 때 라디오에서 하던 성대모사 대회에서 '북한 앵커'를 따라했다가, 이를 듣고 있던 PD에게 캐스팅되며 희극인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그는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를 쓰는 청년회장 역할로 나오지만 실제론 서울 토박이라고. 폭씨네에서는 '비주얼'을 맡고 있는 역할이기도 하다. 그는 "댓글에 상덕 잘생겼다는 얘기가 있어 아이디를 들어가보니 8살 인 것 같더라"라며 "이왕 이렇게 된 것 제2의 초통령을 노려볼 생각"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다나카로 유명한 김경욱 선배가 다나카로 뜨기 전에 우리 '폭씨네' 채널에 출연하게 해달라고 부탁해서 준비하고 있던 터에 다나카 캐릭터로 빵 떠버렸다"고 '웃픈' 농담을 전하기도.
실제 이들이 만든 콘텐츠는 의외로 10대에게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다른 유튜브 프로그램들이 대부분 20~40대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려고 노력하는 반면, 이들은 세대를 초월한 웃음 상황에 중점을 두기 때문이다. 남녀노소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일상의 이야기를, 다문화 가정이라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한 부분의 시각으로 풀어낸다는 게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비결인 셈이다. 박형민은 "처음엔 30~40대를 타겟팅 했는데, 하다보니까 초등학생들한테도 인기가 많아지더라"라며 "그걸 알고나서부턴 수위도 어느정도 조절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문화 가정을 다루다보니 조심스런 부분도 있다고 했다. 박형민은 "다문화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개그의 소재로 삼다보니 괜한 오해를 받을까 걱정하는 게 있었다"며 "외국인 며느리를 소재로 하는 개그지만 우리가 이제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이웃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것이라고 봐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실제 이들의 콘텐츠는 동남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보여주는 부분이 전혀 없다. 오히려 다문화 가정에 대해 자연스레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긍정적 기능이 많다는 게 대부분 시청자들의 반응.
향후 계획에 대해 물었다. 셋 모두 입을 모아 더 다양한 이야기와 배경을 통해 유튜브에서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했다. 자신들이 앞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이 많다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다만 혹시 나가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냐는 질문에 김지영은 "KBS 아침마당에 한번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며 "많은 분들에게 공감받을 수 있는 캐릭터인데다가 같이 사는 할머니가 아침마당 애청자라 너무 좋아하실 것 같다"고 말했다.
류예지 텐아시아 기자 ryupersta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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