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목동·여의도 재건축 단지 훈풍... 곳곳서 ‘신고가’
“토허가 등 실거주 부담... 거래량 증가에 제한” 분석도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 아파트의 매매가격이 회복선을 넘어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시장이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강남권과 여의도, 목동 등 재건축 대단지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을 ‘리딩’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이러한 현상은 서울 주택시장 전체를 대변한다고 할 수는 없고, 좋은 입지 등 확실한 호재가 있는 재건축 단지에 국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대단지 재건축 단지 중 거래가 가장 활발한 곳은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작년 7월부터 12월까지 양천구에서 거래된 30년 이상 구축 아파트는 138건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 들어 1월부터 7월까지 866건이 거래됐다. 목동 신시가지 14개 단지 중 12곳이 지난 3월 대거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하며 매수 문의가 급증했는데, 실제 거래까지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목동 신시가지 7단지 전용 74.12㎡(5층)가 지난달 14일 20억원에 거래됐다. 지난 2020년 12월 기록한 직전 최고가(18억5000만원) 보다 1억5000만원 더 높은 금액에 팔린 것이다. 목동 신시가지 2단지 전용 152.64㎡도 지난달 7일, 29억5000만원에 팔렸는데 2021년 8월 27억6000만원에 팔린 이후 신고가를 경신했다. 특히 이들 모두 거래 자체가 한동안 없었다가 신고가를 기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업계에서는 시장 회복과 맞물려 거래량이 늘면서 향후 투자 수익에 대한 기대감 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여의도 역시 ‘재건축 기대감’에 힘입어 거래량이 증가하고 가격이 오르고 있다. 여의도 한양아파트 전용 193.03㎡는 지난달 19일에 29억8000만원(3층)에 거래됐다. 올해 1월 28일, 28억원에 팔린 것보다 1억8000만원 더 비싼 금액이다. 여의도 광장아파트 전용 117.06㎡도 지난 5월 20억원에 거래됐는데, 2021년 4월과 같은 가격을 약 2년만에 회복했다.
가격만으로 보면 강남중에서도 부촌으로 꼽는 압구정동 재건축 단지들이 전체 시장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압구정 현대 2차 160.28㎡(15층)는 지난달 27일, 65억원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 5월 같은 평형이 54억5000만원(11층)으로 신고가를 경신했는데, 다시 한번 기록을 갈아치운 셈이다.
압구정 신현대11차 183㎡(9층)도 지난달 11일 64억원에 팔렸는데, 이는 바로 전달(6월) 26일에 63억원에 거래된 것보다 1억원 더 비싸게 팔렸다. 이는 부동산 호황기였던 2021년 10월, 60억4500만원 보다 더 높은 금액이다. 압구정동 거래량만 보면 작년 하반기(7~12월) 12건에 불과했지만, 올 들어 점차 늘더니 상반기(1~7월)에만 총 73건이 거래됐다.
이 밖에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 1·2·3단지 등 대표적 재건축 단지들도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2년전 가격의 90%까지 회복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주택 시장이 하락세에서 보합세로 돌아서면서 랜드마크 입지에 있는 재건축 아파트들이 시장 가격 반등을 이끌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재건축 사업 과정에서 오른 집값에서 개발 비용과 평균 집값 상승분을 뺀 금액을 초과 이익으로 보는데, 초과 이익이 클 것으로 기대되는 곳들로 ‘상승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는 “현재 시장은 가격의 급락을 겪으면서 회복을 하는 과정에 있다. 재건축 시장이 가격 면에서 ‘리딩’하다 보니 규제 완화나 시장 환경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건축 단지는 30년 이상 된 곳으로 해당 지역 생활 인프라나 학군이 이미 숙성이 된 상황”이라며 “그런 것들이 입지를 구성하는 것인데 신규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으로 ‘완성’이 된다는 점에서 투자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결국 강남, 여의도, 목동 주요 재건축 아파트들은 미래 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높은 가격에 계약이 체결되는 경향이 보이고, 리딩 단지들이 상승을 견인하면서 주변으로 온기가 퍼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다만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실거주 부담이 있기 때문에 거래량이 큰 폭으로 늘어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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