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원제 혁신안' 늪에 빠진 민주당…계파갈등 민낯 드러나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내놓은 대의원제 무력화를 골자로 한 혁신안에 당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당 지도부 내에서는 물론 의원들과 지지자들까지 공개적으로 충돌하는 형국이다.
친명계(친이재명계)와 일명 '개딸'(개혁의딸)로 불리는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층은 혁신안에 대해 환영하며 원안 통과를 압박하고 나섰다. 비명계(비이재명계)는 혁신위가 당의 역사와 현실을 이해하지 못한 채 낸 혁신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을 쇄신하겠다며 출범한 혁신위가 되려 계파 갈등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자조적 목소리도 나온다.
비명계로 분류되는 고민정 최고위원은 "총선에 영향 미치는 것도 아니고 국민의 민생과 관련된 시급성을 다투는 것도 아닌 일로 오직 민주당 대표와 지도부를 선출하기 위해 무리수를 둘 이유를 찾기 어렵다"며 "이재명 대표를 비롯해 우리 지도부가 총사퇴하지 않는 한 내년 총선 이후에 전당 대회가 치러지게 될 텐데 내년 총선이 끝나고 할 일을 지금 당길 시급성이 무엇이냐"고 반발했다.
고 최고위원은 혁신위가 제안한 공천 룰 변경안에 대해서도 "이해찬 전 대표는 공천 부작용 등을 방지하기 위해 총선 1년 전에 공천룰을 전 당원 투표로 확정하도록 특별당규에 규정했다"며 "혁신위는 민주당의 시스템 공천을 완전히 무시해버리는 발표를 한 셈이 되어버리고 말았다"고 했다.
이어 발언 기회를 잡은 친명 성향의 서은숙 최고위원은 혁신위를 적극 옹호했다. 서 최고위원은 "더 많은 권리를 가진 사람들이 혁신에 저항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이해하고 포용하되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혁신을 거부하는 것은 자기 스스로를 낡은 존재로 만드는 길이라는 것을 자각하면 좋겠다"며 고 최고위원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지도부 밖으로 시선을 돌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민주당 내 친문재인(친문) 싱크탱크로 불리는 민주주의 4.0 연구원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대의원제도는 직접민주주의의 한계를 보완하고 당이 어려운 지역의 의견 반영도 고려되어야 한다는 이유에서 운영해 왔는데, 대의원제도 자체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친명계인 김용민·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혁신안에 대한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김 의원은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투표 가치 비율을 1대1로 맞추는 것을 환영한다"고 했고, 양이 의원은 "매를 들어 희망을 보고 있는 그런 권고안이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잼칠라보호연맹, 더명문학교 등 이 대표 지지단체도 참석해 목소리를 냈다.
당내 최대 의원모임인 더좋은미래는 현 갈등 상황에 우려를 표하며 대의원제·공천룰 개편안에 대해 시간을 두고 논의할 것을 제안했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대의원제 문제는) 국민적 관심 사안도 국민이 바라는 민주당 혁신의 핵심도 아니다. 이 사안에 대해서는 총선 전 더 이상 논의를 진행하지 말 것을 지도부와 의총에 제안한다"며 "총선 공천룰도 총선 관련 당 기구가 구성되는 시점에 논의하기로 하자"고 밝혔다.
민주당 국민응답센터에 '민주당 김은경 혁신위 혁신안을 이행해달라'는 청원도 올라왔다. 지난 10일 오후 늦게 올라와 11일 오후 3시30분 기준으로 5880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자는 게시글에 "권리당원들은 김은경 혁신위원장 혁신안에 상당수 많은 부분을 공감하고 동의한다"며 "혁신안을 하나도 빠짐없이 반드시 관철해달라"고 적었다.
상대적으로 비조직적이지만 김은경 혁신위원장과 혁신위의 행보를 비판하는 글들도 일부 커뮤니티와 SNS(소셜서비스)에 올라오고 있다. 김 위원장을 '여자 이재명'이라 부르거나 이 대표와 김 위원장 사진을 합성한 사진을 공유하는 등의 비아냥도 있다.
이 대표와 대선에서 경쟁했던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팬카페에는 혁신위를 패륜위로 지칭하며 "정청래 최고위원부터 불출마를 선언해야 한다" 등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혁신안이 수용되면 권리당원들로부터 지지가 높은 정청래 최고위원이 당 대표에 선출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취지에서 혁신안을 비꼰 것이다.
한 민주당 초선의원은 머니투데이 the300(더300)에 "돈 봉투 의혹, 코인 논란, 그런 문제들이 발생해서 변화해야 한다는 인식에서 혁신위가 출발한 거 아닌가"라며 "이런 문제들과 관련이 없는 대의원제가 왜 지금 총선을 앞둔 중요한 시기에 이슈가 돼야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내부 갈등만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꼴이 됐다"고 했다.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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