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은아, 복수로는 ‘학폭’ 해결 못해···대신 네 옆에 서줄게[책과 책 사이]

이영경 기자 2023. 8. 11. 16:5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드라마 <더 글로리>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지금 ‘학교’는 한국 사회에서 가장 민감한 장소가 되었다. 드라마 <더 글로리>가 학교폭력 피해자의 사적 복수를 다뤄 인기를 끌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아들의 학교폭력 문제가 불거져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다. 또 다른 충격도 있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의 죽음은 학교 시스템이 학생뿐 아니라 교사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두 사건의 결은 다르지만 학교폭력과 관련한 부모 민원이 문제 원인으로 지목됐다.

<학교폭력, 그 이후 끝나지 않은 이야기>(사유와공감)는 국내 1호 학교폭력 전문 변호사인 노윤호가 쓴 책이다. ‘학교폭력’이라는 개념조차 없던 시절부터 2004년 ‘학교폭력예방법’이 제정되고 오늘날 심각한 사회문제로 다뤄지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룬다. 피해자의 트라우마와 치유에 초점을 맞춘다.

<더 글로리> 주인공 문동은은 치밀한 복수로 시청자들에게 ‘통쾌함’을 느끼게 했지만, 저자는 사적 복수가 결코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과거 피해자였던 이가 가해자로 뒤바뀌어 결과적으로 피해자만이 고통과 형벌을 받는 일이 많았다. “사적 복수는 과거에 일어난 학교폭력을 해결할 수 없으며, 상대방에 대한 파괴이자 동시에 나를 파괴하는 행위이다.” 폭력이 남긴 상처로 고통받는 피해자들은 답답할 수밖에 없다. 법적 책임을 묻자니 공소시효가 만료되었거나 남아 있는 증거를 찾기도 어렵다. 소송은 장기화되며 상처를 더 들쑤시기도 한다. 현실은 가혹하다. 그렇다면 회복은 어떻게 가능한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성실히 듣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저자는 학교폭력 피해자들을 인터뷰하며 각기 다른 사건의 피해자들이 겪은 후유증과 함께, 어떻게 그것을 극복했으며 반대로 무엇이 회복을 가로막았는지를 기록한다. 사회적으로는 피해자 편에서 공감하는 분위기, 개인적으로는 상처를 똑바로 직면하고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