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팔의 스테이블코인 발행 소식이 씁쓸한 이유[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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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팔처럼 자체 코인을 발행해 결제 서비스를 만드는 건, 이제 한국에서 불가능할 거에요. 우리나라가 제일 앞서 있었는데, 답답하죠."
세계 최대 간편결제 업체 페이팔이 자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해 결제에 활용한다는 소식을 접한 국내 블록체인 업계는 '씁쓸하다'는 반응이다.
업계는 페이팔이 이미 비트코인, 이더리움을 이용해 가상자산 결제 서비스를 해오고 있는데도, 자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한 이유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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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절감·준비금 이자 수익 등 기대
한국은 자체코인 활용한 결제 사실상 '불가능'
"막지만 말고, 명확한 규율 만들어야"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페이팔처럼 자체 코인을 발행해 결제 서비스를 만드는 건, 이제 한국에서 불가능할 거에요. 우리나라가 제일 앞서 있었는데, 답답하죠.”
세계 최대 간편결제 업체 페이팔이 자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해 결제에 활용한다는 소식을 접한 국내 블록체인 업계는 ‘씁쓸하다’는 반응이다. 금융 당국이 지난 2월 가상자산 간편결제 서비스 페이코인에 운영 중단을 지시한 후로 국내에선 자체 발행 코인을 활용한 결제 서비스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당국이 자체 코인을 현물 결제에 쓸 경우 자금세탁 우려가 있다는 점을 문제 삼은 것으로 전해지며, 비슷한 사업을 준비하던 업체들도 소리소문없이 서비스를 정리했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에선 공룡 업체 페이팔이 비슷한 콘셉트로 결제 시장을 혁신하겠다는 선포를 하고 나오니, 국내 블록체인 업계에선 탄식이 나올 수밖에 없다. 페이코인이 지난 4년간 350만 이용자를 확보하면서 ‘가상자산 결제 대중화’에 물꼬를 텄고 후발 업체들이 가세해 시장이 커지나 했는데, 이제는 뒤처질 일만 남았다는 것이다.
업계는 페이팔이 이미 비트코인, 이더리움을 이용해 가상자산 결제 서비스를 해오고 있는데도, 자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한 이유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이미 유통되고 있는 코인을 활용할 때는 얻을 수 없는 이점이 분명하다는 얘기다.
페이팔은 달러와 1대 1로 상환되는 페이팔USD(PYUSD)를 발행해, 페이팔 생태계 안에서 결제, 송금, 코인 교환 등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하면 사용자가 가격변동성을 걱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결제 및 개인 간 송금이 활성화될 수 있는 데다, 페이팔 입장에선 여러 명목으로 새나갔던 수수료도 아낄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PYUSD 시가총액이 커져 준비금으로 쌓이는 미국 달러와 국채가 늘어나면, 이자 수익까지 기대해 볼 수 있다.
물론 미국에서 페이팔의 자체 코인 발행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단, 미국은 관련 법규정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데 해결책의 방점이 찍혔고, 우리는 일단 서비스를 못하게 막는 것으로 혁신을 차단했다는 점이 큰 차이다.
맥신 워터스 민주당 하원의원은 페이팔의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연방 규제안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는데, 수많은 미국인을 고객으로 보유한 페이팔의 가상자산 출시가 이뤄져 우려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PYUSD 출시가 미국 하원에 상정된 스테이블코인 법안에 대한 표결을 기다리는 가운데 이뤄졌다는 지적이다.
또, 미국의 중앙은행 역할을 하는 연방준비제도(Fed)는 페이팔 스테이블코인 출시 발표 다음날 은행권을 대상으로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대한 감독 체계를 마련한다고 밝혔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을 규제하는 것보다 발행절차를 규체화하고 규율을 명확화하는 성격이 더 강하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선 명확한 지침 없이 금융당국의 유권해석에 따라 그림자 규제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가상자산 규제에 대한 접근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업체들은 당국 눈치만 보다가 아무것도 시도해보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유경 (yklim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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