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대 인간'과 치유 여행 떠나다
조각가 이유성 개인전 '카우보이'
조선시대 집터였던 유구가 훤히 보이는 유리 바닥 위에 컵을 들고 물을 마시는 인체상이 서 있다. 실제 사람 몸에 석고붕대로 감아 만든 이유성 작가(34)의 '약사여래입상'(2023)이다.
약사여래는 질병과 번뇌를 치유하는 부처로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약그릇인 약합(藥盒)을 손에 들고 앉은 형태가 흔하다. 이 작가는 "약물을 과신하고 오용하는 현대사회에서 약사여래는 약을 대신 먹어주지 않을까 생각하며 만들었다"고 했다. 이 작품이 특별한 것은 소민경 작가가 조각 표면에 자유분방한 드로잉을 더한 협업이기 때문이다. 약이 몸 안에 들어와 퍼지면서 신체 표피 아래로 감각이 선명하게 자각되는 것을 '약의 여행'이라고 상상하며 일종의 지도처럼 표현했다.
조각가 이유성의 개인전 '카우보이'가 아트스페이스 보안3(서울 종로구 효자로33 지하 2층)에서 오는 20일까지 열린다. 우선 재료부터 눈에 들어온다. 골절상을 입었을 때 사용하는 깁스 재료인 하얀 석고붕대를 작가의 지인 등 실존 인물 다섯 명의 몸에 감아 캐스팅한 껍데기로 만든 작품이 5점 있다. 이처럼 보호장벽이나 생물학적 결손을 복구하는 재료의 원래 의미를 품고 있으면서 데스마스크(Death Mask)를 뜨는 과정과 유사한 작업에서 묘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전시 제목인 '카우보이'는 개척자 남성을 뜻하고 마초(macho)의 전형인데 전시 작품들과 연결고리가 약하니 외려 아이러니하다. 이번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의 '2023 신진미술인 지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열린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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