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떠올린 몽환적인 달빛
라이 데이비드 브래들리 개인전
2개 이상 렌즈가 박힌 스마트폰이 일상이 된 시대. 달 생태계에 등장한 눈에도 눈동자가 둘이다.
'달에서 유전자조작 생명체가 나타난다면?'이라는 질문에 대한 인공지능(AI)의 답을 표현한 작품 'MOON EYES ANIMAL'(2023)이다. 디지털 스크린이 곳곳에 깔린 사회에서 듀얼 렌즈는 동시에 2장의 사진을 찍고 합성해 더 선명한 이미지를 만들어준다.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하는 1979년생 호주 출신 작가 라이 데이비드 브래들리의 한국 첫 개인전 'Moonlight Painting(달빛 회화)'이 서울 한남동 가나아트 나인원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해 9월 키아프에서 영국계 갤러리 칼 코스티알이 솔로부스로 소개했던 작가다. 이번 개인전에서 작가는 전통 회화가 태양 빛에 초점을 맞췄던 것과 대조적으로 달빛에 집중한 회화를 집중적으로 탐구했다. 지구와 가장 가깝고 해수면에 영향도 주는 달이야말로 인류가 가장 먼저 도달할 우주 생태계라는 데서 출발했다.
AI 프로그램에 미래의 달 이미지를 학습시키고, 달에서의 생활에 대해 구체적으로 질문을 던진 결과물이 이미지로 나오면 잉크젯 프린터로 프린트를 먼저 한다. 그 위에 작가가 즉흥적인 붓질로 이미지를 완성하는 방식이다. 진공 상태처럼 떠 있는 흐릿한 배경은 무의식 세계를 담은 초현실주의 회화도 연상시킨다.
작가는 "어릴 때부터 컴퓨터를 사용했는데 당시엔 흑백 모니터 화면이 기본이었기에 그때 향수를 느끼며 작업을 했다"며 "아크릴과 플래시 물감으로 작업할 때도 아이패드에서 쓰는 온라인 붓질(stroke)을 표현하고 싶어 선에 집중하는 형태가 됐다"고 설명했다.
사실 AI가 완성한 배경은 아주 흐릿해 윤곽을 알아보기 힘들어 에어스프레이를 쓴 것 같았다. 알고 보니 태피스트리 작업에 능한 작가가 노련한 숙련공을 발굴해 고운 리넨 천에 흐릿하게 인쇄하는 방식을 택했다. 작품 'MOON SPIRIT GUIDE'에는 작가의 서명(RDB)이 두 개 나란히 있어 눈길을 끈다. AI와의 협업 혹은 디지털 복제 시대를 상징하는 것 같아 흥미롭다.
빌 비올라의 미디어아트에 감명받아 뉴미디어를 공부한 작가는 항상 그 시대 첨단 기술을 작업에 활용하는 것을 사명으로 여겨왔다. 직접 설계한 메타버스 갤러리에 작품을 전시하는 등 디지털 아방가르드 미술계 대표 주자로 맹활약하고 있다.
이번 작품은 수공예와 디지털 기술을 결합한 그의 작업 방식 '디지털 태피스트리'와도 연결된다. 전시는 오는 20일까지.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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