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 한국 대신 일본행?…반한 감정 변수에 항공사도 노선 증편 '신중'

윤정식 기자 2023. 8. 11.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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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6년 넘게 걸어 잠갔던 '사드 빗장'을 풀었습니다.

그동안 막아왔던 한국 행 단체 여행 비자를 다시 허용한 겁니다.

장기 침체를 겪어온 유커 관련 관광업계는 숨통이 트이게 됐습니다.

그러나 예전 같은 훈풍이 불지는 미지수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중국이 우리나라를 찾는 자국인 단계 관광 비자를 허용하기로 했다. 〈자료= JTBC 뉴스룸〉

1/80로 줄은 유커, 9월 말 봇물 터지나



중국 정부는 지난 10일 한국을 포함한 78개국에 자국민 단체여행을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중국 국민으로서는 코로나19 유행이 시작한 이후 3년여 만의 조치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입장에선 사실상 6년 5개월만입니다.

당시 우리 정부는 한반도에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했습니다.

보복에 나선 중국은 우리나라를 향하는 단체 여행 비자 발급을 중단했습니다.

2019년 잠시 풀렸지만 곧바로 코로나19 유행으로 길은 다시 막혔습니다.

연간 800만명을 넘던 중국인 관광객은 2021년과 2022년 10만~20만 명 수준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이번 조치에 국내 관광·유통업계는 기대감을 드러냅니다.

올해 남은 4개월 동안 최대 300만 명의 유커 방문을 예상합니다.

중국 관광객의 '보복 여행' 심리와 황금연휴(9월 29일∼10월 6일)까지 맞물렸기 때문입니다.

최근 중국 SNS 웨이보에는 혐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이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있다. 〈자료= 웨이보〉

'애국주의' 中 젊은 층, 반한 감정은 변수



중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번 발표 직후 해외여행 상품 검색이 20배 넘게 폭증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우리나라로 올지는 미지수입니다.

최근 중국 내 반한 분위기가 변수입니다.

한국·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 등으로 우리에 대한 감정이 안 좋은 겁니다.

이런 분위기는 애국주의 성향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중국 젊은 세대들이 주도 중입니다.

이들은 SNS를 통해 한국 연예인의 방송 출연 금지를 주장하고 한국 화장품 불매 움직임도 보인 바 있습니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신흥경제부장은 "과거 중국과 일본이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를 두고 갈등을 빚었던 때도 일본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시차를 두고 회복됐다"라면서 "중국 내 반한 감정이 남아있어 바로 관광객이 회복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 중인 항공사는 노선 증편에 신중한 입장입니다.

우리나라를 찾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항공업계는 중국행 노선 층편에 신중한 입장이다. 〈자료= JTBC 뉴스룸〉

중국의 오락가락 비자 협박, 항공 노선 증편 신중



국토부 항공정보포털에 따르면 국내 항공사의 올 상반기 중국 노선 여객 회복률은 2019년의 21%입니다.

같은 기간 미주 노선은 98.8%, 일본 노선은 75.5%, 아시아 노선은 73.0% 회복했습니다.

항공편이 늘지 않는 건 현재 노선도 탑승률이 40%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항공업계는 단체 관광 비자 허용이 실제 대규모 여행으로 연결될지, 연결되면 얼마나 찾을지 등 수요 파악이 먼저라는 분위기입니다.

항공사 내부 사정은 더 복잡합니다.

코로나19 한창때 항공사들은 노후 항공기를 퇴역하고 리스 항공기도 반납해 비용 지출을 줄였습니다.

실제 대한항공은 지난달 기준 157대 항공기를 보유 중입니다.

올해 중 11대를 추가 도입해 2019년 수준을 회복할 계획이었는데 중국 노선 증편도 추가로 논의해야 합니다.

코로나 유행 전 항공기 45대를 운항하던 제주항공도 현재는 40대만 띄우는 중입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비행기도 줄였지만 이미 동남아 노선 등을 늘린 상황"이라며 "중국이 언제 다시 비자 발급을 취소할지 몰라 당장 큰 규모로 항공편을 늘리는 건 모험"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중국의 단체 여행 비자 허용 소식이 전해지자 기자회견을 열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자료=JTBC 뉴스룸〉

환율 앞세워 日도 유커 잡기, 총리도 나서



이번 중국의 단체 관광 허용 국가에는 일본도 포함됐습니다.

그러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직접 나섰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어제 기자회견에서 "일본을 찾는 관광객을 2025년에 코로나 이전 수준(3200만 명)으로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라면서 "중국 관광객은 이제 훨씬 더 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은 1071만2000명입니다.

2019년 상반기 1663만3600명의 약 60% 수준으로 회복한 겁니다.

그런데 중국인 관광객 회복이 더딥니다.

상반기 중국인 관광객은 59만4600명으로 2019년 453만2500명의 약 13%입니다.

과거 통계만 보면 중국인 관광객은 우리보다 일본을 더 선호했습니다.

일본을 찾은 역대 최고 중국인 관광객 수는 2019년 960만 명이었습니다.

2016년 806만 명이었던 우리나라 최고 기록보다 더 많습니다.

일본의 미즈호증권리서치는 이번 조치로 올해 일본을 찾는 중국인을 450만 명으로 예상했습니다.

일본의 가장 큰 무기는 환율입니다.

엔화 가치는 2020년 이후 위안화 대비 20% 넘게 내렸고 올해도 2% 넘게 하락했습니다.

당장 우리나라에 오는 유커를 막아온 빗장은 풀렸습니다.

그러나 상황을 6년 전으로 되돌리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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