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는 지금] 로도스섬도, 마우이섬도 못 피했다...유명 관광지 섬들 불탄다

홍아름 기자 2023. 8. 11.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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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지중해 주변에 이어 8일에도 하와이 마우이섬에서 대형 산불 발생
원인은 이상 기후에 따른 ‘극심한 가뭄’과 해수 온도 상승에 따른 ‘강풍’
이 사진은 하와이 윙 민간항공순찰대가 제공한 것으로 8월 9일 미국 하와이 마우이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피해 상황을 항공 촬영한 것이다. /EPA=연합뉴스
8일(현지 시각) 대형 산불이 발생한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섬 라하이나에서 교회와 선교회 건물이 불길에 휩싸이고 있다./연합뉴스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에서 대규모 산불이 발생해 최소 53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 7월에는 대서양에 있는 유명관광지인 스페인령 카나리아제도 라팔마섬과 지중해에 있는 그리스 로도스섬에 잇따라 대형 산불이 발생해 수천명의 주민과 관광객들이 피난길에 나서기도 했다. 마우이섬은 연간 290만명의 관광객이, 라팔마섬은 연간 20만~30만명, 로도스섬은 연간 250만명이 찾는 유명 섬이다. 이들 섬에 이처럼 대형 산불이 발생한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이상 기후에 따른 ‘극심한 가뭄’과 ‘허리케인급 강풍’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지난 8일(현지 시각) 하와이 마우이섬에서 발생한 산불은 사흘째 확산하고 있다. 빠른 확산 속도로 피해 규모 파악이 어려운 상황이다. 조시 그린 하와이 주지사는 “이번 화재로 인한 사망자 수가 앞으로 크게 늘어날 수 있다”며 “이번 화재로 서부 해안의 휴양 도시 라하이나의 80%가 사라졌고 1700여 채의 건물이 소실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하와이 산불의 규모가 이처럼 마우이섬과 빅아일랜드에 걸친 재난 규모로 커진 데에는 ‘허리케인 도라’의 영향이 크다. 마우이섬에서 8일 발생한 초기 산불은 한때 진압됐으나, 허리케인이 몰고 온 강풍을 타고 잔불이 살아나 마을을 덮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허리케인으로 휘몰아치는 강한 동쪽 무역풍이 만들어져 화재가 악화했다고 본다.

크리스탈 콜든 미국 머세드 캘리포니아대 공학부 교수는 미국 NBC에 “마우이의 산악 지형 때문에 바람의 특성을 예측할 수 없던 것도 한몫했다”고 말했다. 바람이 하와이의 산악 지형을 따라 올라가고 내려오는 과정 중에 높은 압력으로 압축되고, 이렇게 만들어진 내리막 바람이 주변을 건조하고 뜨겁게 만든다는 것이다. 평소 습한 지역인 하와이가 건조해지고, 산불이 널리 퍼진 이유다.

미국 하와이에서 산불이 발생한 지 이틀째인 9일(현지 시각) 산불로 새까맣게 탄 마우이섬 라하이나 도심의 모습이 보인다./연합뉴스

여기에 마우이 일대의 가뭄 상황이 겹쳐 산불이 커졌다고 분석한다. 하와이에 넓게 퍼져있는 외래종 잔디 등은 장마철에 빨리 자라다가 가뭄이 들면 빠르게 마른다. 가뭄 때문에 마른 풀들이 ‘연료’의 역할을 했고, 불씨가 많이 생겨 강풍을 타고 넓게 퍼진 것이다. 케네스 하라 하와이 육군 주방위군 사령관은 “강풍과 건조한 날씨, 낮은 습도가 산불의 위험 상황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하와이 산불은 습한 열대 지역에서 발생한 드문 대형 산불이다. 콜든 교수는 “허리케인과 가뭄이 각각 일어날 가능성은 늘 있었지만, 모든 것이 더 자주 발생하면서 극단적인 기후 조건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이번 사례로 인간이 초래한 지구 온난화로 복합적인 기후 재난의 위험이 극명하게 드러난 셈이다.

스페인 카나리아제도와 그리스 로도스섬의 산불도 가뭄과 강풍이 겹쳐 발생했다는 공통점이 확인됐다. 카나리아제도의 라팔마에서는 무더위와 가뭄으로 거세진 산불이 산림 4600헥타르와 20여 채의 건물을 태웠다. 로도스섬 산불도 강풍을 타고 긴 가뭄으로 메마른 수풀에 불길이 옮겨붙은 탓이었다. 비영리단체 ‘자연보호협회’의 기후과학자인 캐서린 헤이호 연구원은 “기후 변화는 재난의 규모를 키운다”며 “각각의 이상 현상이 자주 일어나 겹치면 재난의 규모와 영향은 더 커진다”고 봤다.

국제산림감시기구(GFW)는 열대 우림에서 자연적으로 화재가 발생하긴 어렵지만, 기후 변화로 숲이 마르면서 2001년 이후 매년 약 5%씩 증가한다고 밝혔다. 이미 유엔환경계획(UNEP)은 2022년 보고서를 통해 ‘현재와 같은 화석 연료 연소 속도가 유지되면 극심한 화재가 2030년까지 14%, 2050년까지 30%, 2100년까지 50% 늘 것이라 예상했다. 이처럼 이상 고온과 가뭄, 강풍 등으로 대형 화재가 잦아지는 만큼 전 세계 전문가들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극적으로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7월 15일 발생한 산불로 4000헥타르의 토지가 소실된 가운데 17일(현지시간)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 라 팔마섬의 한 계곡에서 헬기가 화재 진압을 위해 물을 나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조선비즈 사이언스조선은 기후변화에 맞서 영국 가디언과 컬럼비아 저널리즘 리뷰, 더 내이션이 공동 설립하고 전세계 460개 이상 언론이 참여한 국제 공동 보도 이니셔티브인 ‘커버링 클라이밋 나우(CCNow)’에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CCNow에는 로이터와 블룸버그, AFP 등 주요 통신사를 비롯해 각국 주요 방송과 신문, 잡지가 참여하고 있으며, 각국 언론인과 뉴스룸과 협력해 정확한 기후 기사를 제작하고, 정치와 사회, 경제, 문화에 이르는 전 분야에서 기후 이슈를 제기하고 각국 모범 사례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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