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에 묶인 이란 돈 '8조원' 내줘야 하는데…은행에 미치는 영향은

김남이 기자, 이용안 기자 2023. 8. 11.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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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이 동결 자금 해제를 합의하면서 한국에 동결됐던 이란 자금 약 60억달러(약 7조9500억원)가 해외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이란의 동결자금은 한국은행과 IBK기업은행, 우리은행 등에 분산된 상태다.

이후 자금이 동결되면서 기업은행과 우리은행에 이란 중앙은행 명의로 개설된 원화계좌도 묶인 상태다.

수조원에 이르는 이란 동결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갈 경우 기업은행과 우리은행에 미치는 영향은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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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각) 중남미 순방 중 니카라과 마나과에 있는 아우구스토 C. 산디노 국제공항서 전용기를 내리고 있다./사진=뉴스1(AFP)


미국과 이란이 동결 자금 해제를 합의하면서 한국에 동결됐던 이란 자금 약 60억달러(약 7조9500억원)가 해외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이란의 동결자금은 한국은행과 IBK기업은행, 우리은행 등에 분산된 상태다. 수조원이 돈이 한꺼번에 빠져나갈 경우 은행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국이 이란 내 미국인 수감자를 석방하는 대가로 한국 내 이란 동결 자금을 해제하기로 합의했다.

NYT는 소식통을 인용해 2년 넘게 협상을 진행한 끝에 미국이 이란 교도소에 수감된 미국인들을 석방하는 조건으로 한국에 묶여 있는 이란의 원유 수출 대금 60억달러의 동결을 풀어주기로 했다고 전했다.

동결자금은 한국은행과 IBK기업은행, 우리은행 등이 보유하고 있다.

한은에는 이란 멜라트은행이 맡긴 초과지급준비금이 약 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은 지급준비제도에 따라 대량 예금인출 등을 대비해 중앙은행에 일정 비율로 현금을 예치한다. 초과지준금은 법정비율 이상으로 맡긴 자금을 의미한다.

이란 멜라트은행은 2018년부터 재개된 미국의 제재로 정상거래를 할 수 없게 되자 한은에 돈을 맡겼다. 법정비율 이상으로 맡기면서 대부분이 초과지준금으로 분류됐다. 2019년초 1230억원 수준이었던 초과지준금은 그해 6월 3조2520억원까지 급격히 늘었다. 지난 5월 초과지준금은 3조3500억원으로 대부분 이란 자금으로 추산된다.

기업은행과 우리은행은 이란과 교역에서 사용된 원화결제 계좌를 갖고 있다. 2010년 미국이 이란과 달러 거래를 금지하면서 이란과 교역은 원화결제시스템으로 이뤄졌다. 이후 자금이 동결되면서 기업은행과 우리은행에 이란 중앙은행 명의로 개설된 원화계좌도 묶인 상태다.

수조원에 이르는 이란 동결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갈 경우 기업은행과 우리은행에 미치는 영향은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수조원의 자금을 마련해야 할 뿐만 아니라 운용 중인 자산이 줄어드는 효과도 있어서다.

동결지금에 이자도 지급해야 한다. 2012년 이란과 협상을 통해 은행 측은 당시 연 1.6% 수준의 금리를 적용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의 자금이 빠져나가 앞으로의 조달비용 상승도 우려해야 한다.

또 제3국 등으로 자금을 옮기기 위해서는 원화 달러나 유로로 환전해야 하는데, 단기간에 수조원이 환전될 경우 환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장기간 자금이 동결됐기 때문에 은행에서는 장기 운용상품으로 관리했을 수 있다"며 "갑자기 자금을 내줘야 하면 운용자금 간의 미스매치가 발생할 수 있어 한은에 동결된 자금이 먼저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해당 은행 관계자는 "고객의 자산은 규모나 금리, 운용 방식을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이란 등의 관련국 간의 협의 결과에 따라 결정되는 사안"이라며 "결정된 사항을 이행하는 금융기관으로서는 협의내용에 관해 아는 바가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아직 동결 자금이 어떤 방식으로 풀리는지도 불명확한 상태다. 외교당국은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길 바란다"는 정도의 입장만 밝힌 상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 규모가 크기 때문에 해당 자금이 빠져나간다고 해도 건전성에 크게 무리가 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이용안 기자 ki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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