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경제경영서] 日 연봉 1위 기업, 100% 당일출하 지켰다

김슬기 기자(sblake@mk.co.kr) 2023. 8. 11.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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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예스24 선정
제품 1만여종 개발하는 키엔스
고객 숨은 니즈까지 속속 파악
독보적 자동화공장 센서 출시
불황에도 영업이익률 55% 달성
유능한 한 사람에 기대지 않고
모든 직원 초인류인재로 육성
일본 오사카에 위치한 키엔스 본사. 블룸버그

한국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도요타의 뒤를 이어 일본의 시가총액 2위(3월 기준)에 오른 기업은 키엔스(Keyence)다. 과학의 열쇠(Key of Science)라는 뜻으로 지어진 사명이다. '괴물 같은 기업'으로 불리는 키엔스의 영업이익률은 55%나 되고, 평균 연봉은 2000만엔(약 1억8000만원)이 넘는다. 일본 상장기업 중 직원 평균 연봉 1위다. 신제품의 70%가 세계 최초로 개발되는 대체 불가 기업이다 보니 당연히 제품을 비싸게 팔 수 있다. 키엔스의 매출 총이익률 80%다. 원가 2000엔짜리를 1만엔에 판다. 키엔스를 저자는 "저성장의 늪에 빠진 일본 기업들에 일침을 놓듯, 최근 10년 동안 매출과 영업이익을 4배 가까이 성장시켰다"고 설명한다.

일본 기자들조차 취재하기 어렵다고 혀를 내두르는 이 기업을 닛케이비즈니스 기자 니시오카 안누가 취재해 쓴 최초의 책이 한국에 출간됐다. 출간 후 6개월째 경제경영 베스트셀러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저자는 키엔스의 핵심 경쟁력을 세 가지로 꼽는다. 개발, 영업, 인재 육성이다.

오사카시에 본사가 있는 키엔스는 공장자동화(FA) 센서의 제왕으로 불린다. 제조 현장에서 이상을 감지하거나 생산성 향상에 이용되는 제품을 1만종 이상 생산한다. 바코드를 읽는 핸디터미널과 로봇의 눈 역할을 하는 카메라 시스템인 로봇 비전이 가장 유명하다. 하지만 공장 밖에서는 키엔스를 만날 기회가 거의 없다.

괴물 같은 기업 키엔스를 배워라 니시오카 안누 지음, 박선영 옮김 더퀘스트 펴냄, 1만9500원

하천변에 자리한 사옥에 들어서면 곳곳에서 독특한 것을 볼 수 있다. 미팅 장소에도, 경영진 응접실에도 암모나이트와 게, 공룡알 같은 화석이 당당히 놓여 있다. 1972년 키엔스를 창업한 다키자키 다케미쓰 명예회장은 말한다. "키엔스는 화석이 되지 않는다. 돌처럼 굳어져 변하지 못하는 화석이 되어서는 안 된다. 늘 변화하고 끊임없이 진화해야 한다." 화석이 주는 교훈처럼 '기업의 영속'이야말로 이들의 첫 번째 경영 이념이다.

고객이 필요로 할 때 당일 출하, 즉시 납품이 키엔스의 원칙이다. 이 '즉납'의 대상은 놀랍게도 키엔스 카탈로그에 실린 상품 전부다. 몇 천 엔짜리 상품부터 1억원이 넘는 고가의 마이크로스코프까지 1만종이 넘는 상품들 모두 예외는 없다. 이런 즉납 이미지 덕분에 고객들은 '일단 키엔스에 연락해보자'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고객들은 내부에서 기계 고장을 알기도 전에 전화가 오는 귀신 같은 영업사원들의 모습에 혀를 내두른다. 영업처의 사정을 너무 속속들이 알다 보니 "산업 스파이 같다"는 말까지 듣는다.

2018년 가나초콜릿을 생산하는 롯데 우라와 공장은 불량품을 판별하는 공정에 키엔스의 이미지 센서를 도입했다. 공장 최대 고민은 검사 공정에서 드러나는 낮은 수율. 집처럼 공장을 드나들던 키엔스 영업사원은 고민을 듣자 바로 다음주에 대안을 들고 왔다. 정밀도만 높은 장치로 바꾼다고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사용 편의성을 높여 해결했다. 키엔스의 모든 영업자는 고객과 상담하면서 파악한 잠재 니즈를 '니즈 카드'라는 것에 기록한다. 이런 디테일이 키엔스의 영업을 고도화하고 있다.

어마어마한 업무량 탓에 '직원들이 30대에는 집을 짓고 40대에는 무덤을 마련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악명 높은 키엔스가 가장 공들이는 것은 '사람 키우기'다. 극악의 업무 강도에도 '직원 성장'을 이끌어주는 키엔스는 일본 기업 평판 사이트에서 상위 1%의 만족도를 기록하고 있다. 무엇보다 소수 슈퍼스타의 개인기에 기대지 않는다. 그 대신 성과가 나올 수밖에 없는 시스템과 문화를 만드는 데 집착해왔다. 조직의 힘이야말로 로켓 같은 고성장을 실현한 키엔스의 비밀 무기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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