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전 수사단장 군 수사 거부… "혐의자 한정하라고 요구받아"

김진욱 2023. 8. 11.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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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채수근 해병대 상병 사망사고 조사와 관련해 '항명'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11일 군 검찰의 수사에 불응했다.

박 대령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단은 적법하게 경찰에 이첩한 (채 상병 사망) 사건 서류를 불법적으로 회수했고, 수사에 외압을 행사하고 부당한 지시를 한 국방부 예하조직이어서 공정한 수사가 이뤄질 수 없다"며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를 명백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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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기자회견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5차례 통화하면서
'죄명과 혐의사실, 혐의자 빼라' 요구받아"
"윤 대통령에게 공정한 재판받게 해달라"
국방부 "수사 거부, 매우 부적절한 행위"
고 채수근 해병대 상병 사망사고 조사 보고서를 경찰에 이첩해 '항명' 혐의를 받고 있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1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 앞에서 입장문을 발표한 후 경례하고 있다. 김진욱 기자

고 채수근 해병대 상병 사망사고 조사와 관련해 '항명'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11일 군 검찰의 수사에 불응했다. 국방부의 외압이 있었다고 재차 주장하며 "제3의 수사기관에서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청원했다. 국방부와 해병대는 유감을 표명했고, 박 대령을 구속수사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번 사고 조사와 관련해 '외압이냐 항명이냐'를 둘러싼 박 대령과 국방부 간 진실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제3의 수사기관서 공정한 수사받게 해달라"

박 대령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단은 적법하게 경찰에 이첩한 (채 상병 사망) 사건 서류를 불법적으로 회수했고, 수사에 외압을 행사하고 부당한 지시를 한 국방부 예하조직이어서 공정한 수사가 이뤄질 수 없다"며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를 명백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정치도 모르고 정무도 모른다"며 "채 상병의 시신 앞에서 '너의 죽음에 억울함이 남지 않도록 철저히 조사하고 재발방지가 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윤 대통령에게도 "국군통수권자로서 한 사람의 군인의 억울함을 외면하지 말고, 제3의 수사기관에서 공정한 수사·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길 청원한다"고 요청했다.

박 대령은 "알 수 없는 이유로 국방부 법무관리관으로부터 수차례 수사 외압과 부당한 지시를 받았다"고 재차 주장했다.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채 상병 사고 관련 브리핑이 돌연 취소된 지난달 31일 이후 '경찰 이첩 자료에서 죄명과 혐의사실, 혐의자를 빼라'는 등의 요구가 담긴 총 5차례 통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 관리관이)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빼라'고 얘기하진 않았다"면서도 "'직접적 과실이 있는 사람으로 (혐의자를) 한정하라'는 요구를 '(사단장을) 빼라'는 의미로 느꼈다. 법무관리관이 한 말을 외압으로 느꼈다"고 밝혔다. 이에 유 관리관에게 "사단장을 빼라는 얘기냐"고 되물었으나, 유 관리관은 답하지 않았다고 박 대령은 부연했다.


국방부 "수사 거부는 수사 방해... 매우 부적절"

국방부 검찰단은 즉시 반발했다. 입장문을 통해 "박 전 수사단장의 수사 거부는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방해하고 사건의 본질을 흐리게 만들어 군의 기강을 훼손하고 군사법의 신뢰를 저하시키는 매우 부적절한 행위"라며 "강한 유감을 표하며, 향후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병대 사령부도 입장문에서 "현역 해병대 장교로서 해병대 사령관과 일부 동료 장교에 대해 허위사실로 일방적인 주장을 하고 있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군 검찰의 수사를 거부한 박 대령을 구속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박 대령이 (검찰단) 수사를 거부하더라도 필요한 법적 절차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검찰단이 구속이나 기소 여부 등을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령 측 변호인은 '조사를 거부하면 인신에 대한 어떤 조치를 취할 우려는 안 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무엇이 옳은 길인가에 대해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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