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빈치, 모네, 워홀까지… 러 재벌들이 ‘자금세탁’ 위해 산 그림들

박선민 기자 2023. 8. 11.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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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다빈치가 1500년쯤 그린 것으로 추정된 '살바토르 문디'. /AP 연합뉴스

서방의 제재 대상인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재벌)가 자금 세탁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총 규모 1조7000억원어치의 예술품을 거래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클로드 모네, 앤디 워홀 등 세계적으로 저명한 예술가의 작품이 포함되어 있었다.

10일(현지 시각)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가 부패 방지국(NACP)은 최근 러시아 기득권 부유층이 소유 중이거나 과거 보유했던 것으로 알려진 300여개 예술품 자료를 공개했다. 이 자료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 결정을 돕거나 사주한 혐의를 받는 신흥재벌들의 이름 및 예술품 거래 내역 등이 담겼다.

이들은 가치는 높지만 자금 흐름 추적은 어려운 예술품의 특성을 이용해 비자금 등을 조성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NACP는 “러시아 부유층이 서방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예술품을 통해 돈을 숨기고 세탁했다”며 “이번 자료 공개는 러시아 신흥재벌들이 자산을 판매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예술 시장 참여자들이 검열을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자료 속 예술품들 가운데는 세계적인 거장들의 작품이 대거 포함되어 있었다. 대표적인 신흥재벌로 꼽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첼시의 전 구단주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1억6390만 달러(약 2170억원)에 달하는 작품을 사들였다.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의 1976년 삼면화 작품, 조각가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베네치아의 여인 Ⅰ’ 등이다.

러시아 억만장자 드미트리 리볼로프레프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1500년쯤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회화 작품 ‘살바토르 문디’를 구매했다. 또 푸틴 대통령의 측근이자, 러시아 다국적 기업 ‘알파’ 공동 설립자인 미하일 프리드만은 2013년 앤디 워홀의 ‘메릴린 먼로’를 사들였다.

이외에도 억만장자 비아체슬라브 캔터, 모델 다리아 주코바, 래퍼 티마티,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직접적으로 지원해 제재받은 다른 개인들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역시 클로드 모네, 데미언 허스트, 오귀스트 로댕 등 여러 유명 예술가들의 작품을 거래했다.

이들이 거래한 작품의 가치만 13억 달러(약 1조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디언은 “이 명단은 러시아 지도부를 지지하는 신흥재벌들이 그간 얼마나 많은 부를 축적했는지 보여준다”며 “과거 러시아인이 갖고 있다가 현재는 제재 대상이 아닌 사람에게 팔린 작품도 명단에 오른 것은 예술작품들이 제재 대상자들의 돈세탁에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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